[편집국에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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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 승인 2020-05-05 10:44
  • 신문게재 2019-12-31 22면
  • 유지은 기자유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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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3개월 남짓 회사에서 일하던 후배가 떠난 일이 있었다. 후배와 난 '고작 2번, 밖에서 따로 밥 먹은 사이'라는 표현으로 압축될 수 있었다. 적어도 물리적으로 말하면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에게 직접 그만둔다는 사실을 확인받았을 땐 야속함이 차올랐었다.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그새 정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때의 내 표정을 AI로 분석했다면 아마 이렇게 나왔을 거다. '아쉬움 100%'.

그런 일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대학교 4학년, 한 학기 휴학 후 다시 학교에 복학했을 때였다. 그래도 6개월 만에 찾은 학교라고 적응하기 참으로 바빴다. 수업이고 동아리고 학회고 죄다 정신없었다. 당연히 팀 생활은 더했다. 4번째 팀 생활 중 가장 안일하게 시간을 흘렸다. 단 한 번도 내 생활의 1순위가 되지 못한 채! 그리고 15주가 지나 더 이상 내 인생에 팀 생활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폭발했다. 무려 4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 아래 묶이는 일도,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사소한 일에 열과 성을 다해 힘을 쏟을 일도, 없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사실 아쉬움은 생각보다 굉장히 긍정적인 감정이었다. 아쉽다는 건 기본적으로 좋아함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특히 내가 느꼈던 아쉬움은 이러한 말들 뒤에 딸려왔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보기로 한 영화 같이 봤음 좋았을 텐데…, 앞으로도 함께 더 같이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결국 내가 아쉬움을 느꼈던 건 내게 주어졌던 시간과 순간들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후배와의 관계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건 역시나 후배와 만들어 갈 뻔한 시간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쁘겠지라는 건너짚음으로 식사를 더 나누지 않았고, 내 스케줄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약속을 미루지 않았던 결과들이었다. 팀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에 같이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들로 안일하게 대했고, 함께 놀러 가자는 제안에 피곤하다는 말로 답했다. 결국, 충실하지 못했던 시간들은 밀리고 밀려 영원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또 아쉬움을 느낀다. 곧 사라지는 나의 2019년에 대해서. 새로 맞이하는 숫자가 어색했던 게 엊그제인데 벌써 끝이 왔다. 분명 새해에 이루고 싶었던 것들도, 하고 싶은 것들도 한가득이었는데 이번에도 수많은 핑계들이 그 마음들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이제서야 쌓였던 핑계들이 흩어지면서 소망의 자락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난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도 내가 아쉬움을 느끼는 건 올해의 나를 내가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렇게 또 지나가는 2019년의 마지막 하루를 위로해본다.
유지은 기자 yooj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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