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 과학기술 뉴스는 '과학기술 이슈' 부분 4건과 '연구개발 성과' 6건으로 나눠 선정했다. 과학기술 이슈 부문 뉴스로는 ▲日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화 정책 강화: 성공의 열쇠는 생태계 혁신 ▲대한민국에 불어오는 AI 바람에 거는 기대와 과제 ▲한국 바이오신약의 명암: 규제 혁신이 관건 ▲시동 걸린 수소경제 시대의 비전과 전망 4건이 선정됐다.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후속 조치=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8월 1일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했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2020년도 관련 R&D 예산을 2배 이상 늘리고 관련 산업계는 생산시설 확충, 전문인력 채용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계는 산학연관을 연계해 글로벌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화와 장기적인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정 투입만으로 단기간에 기술 경쟁력 확충에 의한 자립화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 아래 기초연구에서 상용화와 시장 진입까지의 산업기술 생태계 전반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 한국의 나아갈 길=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초융합이 빠르게 전개되며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에서도 AI 기능이 도입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비롯해 신경망처리장치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문자·음성 서비스가 결합된 AI '챗봇'이 의료·상담·서비스 등에 적용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가운데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AI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AI 대학원이 설립되기 시작해 KAIST·고려대·성균관대·포스텍·광주과기원이 선두주자로 나섰다. 그러나 초중등 교육의 컴퓨터 교육 등 기반 구축이 절실하므로 교육 체계 전반의 환경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개편되는 등 인재 양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교육현장에서 실현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바이오신약 이슈=올해는 한국 바이오신약의 명과 암이 부각된 해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아 내년 2분기부터 세계 제약시장에 진출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또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신약 '레이저티닙'이 기술 수출에 쾌거를 이루었다는 등의 낭보가 있었다. 반면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돌풍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는 무허가 세포 혼입 사실이 드러나 허가 취소와 시장 퇴출 등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 가운데 바이오업계의 숙원이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3년 만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주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부작용을 예방하는 등 지속적인 규제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수소경제시대의 개막과 과제=수소경제시대 구현을 위한 정책 강화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년도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미래 차 산업 발전전략은 강력한 정책 의지의 천명으로서 수소의 생산·저장운반·응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수소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수소경제 추진이 정책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수소경제는 지속가능발전을 구현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큰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현재 기술력으로서는 경제성과 생산 공정에서의 오염, 안전 등에 한계가 있고 선진국의 개발 추세 등도 변수이다. 더욱이 한국의 기술력이 선진기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등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과총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슈가 1위를 차지함으로써 글로벌 가치사슬의 훼손에 대한 충격이 컸음이 확인됐다"며 "연구개발 로드맵과 정책적 지원대책의 모색과 함께 과학기술 생태계가 혁신되고 국가혁신체제(NIS)를 점검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계기가 됐으므로 이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성과 부문 뉴스로는 ▲ 5G 통신기술 세계 최초 상용화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에 성공 ▲뇌 면역세포의 기능 회복을 통한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 확인 ▲세계 최초의 롤러블 OLED TV 기술 개발로 CES 최고혁신상 수상 ▲세계 최초로 뇌 노폐물 배출 경로 규명 ▲세계 최초로 곡률 1.5R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이 선정됐다.
▲5G 최초 상용화=삼성전자가 통신장비(Core/RAN)-단말-핵심 칩을 포함한 엔드-투-엔드 솔루션(E2E) 개발에 의해 미국과 한국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솔루션은 5G 기술 특성과 다양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모두 확보한 것이 특징이고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의 기술적 요구에 대응해서 3.5GHz 5G E2E 상용 솔루션을 확보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2018.12)와 서비스(2019.4) 제공에 성공했다.
△치매치료 예측기술=국내 연구진이 뇌 면역세포의 기능 회복을 통해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 세포가 알츠하이머병에서 기능을 상실하는 원인이 규명됐고, 면역기능을 회복시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신경세포가 아닌 뇌 면역세포의 조절을 통한 뇌 환경의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로서 알츠하이머병 극복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롤러블 OLED TV=LG전자의 롤러블 OLED TV가 2019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CES 2019 혁신상'과 'CES 최고 혁신상'을 잇따라 수상해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LG 시그니처 OLED R'이 그 작품으로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TV에 적용함으로써 OLED의 고화질을 유지하면서도 원통형으로 말아 보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또 유리처럼 투명하고 단단하면서도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압력에도 쉽게 깨어지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으로 제작함으로써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이 접목된 성공사례로 평가받았다.
▲뇌질환 유발 원인=세계 최초로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를 규명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에 의해 뇌의 노폐물을 담은 뇌 척수액이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통로가 뇌 하부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나이가 들수록 뇌막 림프관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뇌막 림프관의 배수 기능을 향상시킨다면,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삼성 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1.5R 인폴딩(In-Folding) 방식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다. 윈도우, 패널, 하부패널, 접착제 등 전체 디스플레이 부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이를 최적 조합으로 구성하는 적층 기술도 확보했다. 지난 9월에는 이 신기술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7.29"크기의 폴더블폰이 세계 최초로 출시됐다. 이번 혁신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본 수출규제 사태로 충격을 받은 소재, 부품, 장비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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