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점심을 먹다가 받은 질문이다. 안전운전 하기, 부자 되기, 책 많이 읽기, 공부하기… 많은 게 떠올랐지만 가장 간절한 것은 '1인분 하기'였다.
기자를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하는 선배와 얼마 전에 만나 일에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선배는 "하나를 들으면 셋, 넷을 알만 한 연차인데 다른 일을 하게 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아직 나는 하나를 들으면 그 하나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벅찬 것 같고, 내게 맡겨진 1인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언제 선배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편집을 할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 배웠다.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스케줄을 정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기사로 다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기사화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사안이거나, 이미 기사로 다뤄졌던 경우도 많았다.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취재를 했다 생각했지만 실무자와의 통화에서 '아...네...'만 연발해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적도 부지기수였다.
최선을 다해서 썼다고 생각하는 기사로 인해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생각도 못했던 일로 '기사를 써 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친구에게서 '너 XX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박제 됐던데 마음 단단히 먹어라'는 메시지를 받고 놀랐던 기억도 생생하다.
때로는 선배들에게 짐이 되는 후배는 아닌가, 후배들에게 배울 것 없는 선배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됐다. 출입처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기사를 못 쓰는 기자'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같은 아이템으로 더 좋은 기사를 써내는 선배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취재해 글로 옮기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언제나 보람찼다. 이런 문제는 어떤 곳에 연락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이런 주제는 어떻게 기사로 써야 하는지 배우는 데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 더 배우고 노력해야 할 것이 많다.
취재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됐다. 열 달은 세포가 한 명의 사람으로 자라나는 시간이다. 이제는 오롯하게 한 '사람'의 몫을 해낼 때가 된 것 같다. 걸음마도 배우고 달리기도 배우면서 수도 없이 넘어지고 다칠 테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기자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 이맘때 이 글을 다시 꺼내본다면 2020년 경자년 한 해는 더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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