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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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8)

- <쉬리>(1999)

  • 승인 2019-12-26 17:43
  • 신문게재 2019-12-27 20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쉬리
2019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도 독자 여러분께 영화 편지를 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특히 여덟 번에 걸쳐 한국 영화 100년을 돌아본 것은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다루고 싶은 영화들이 많지만 1999년 작 <쉬리>를 끝으로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2000년대 영화는 어쩌면 현재 진행형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반공영화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영화. 동족 간의 전쟁과 휴전이란 이름으로 계속된 분단이 반공영화가 발생하고 지속된 배경입니다. 영화는 강력한 대중적 영향력과 파급력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정치 체제의 홍보와 강화 수단이 되어 왔습니다. 이른바 프로파간다 영화입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 체제에서 태동한 베니스 영화제, 히틀러의 나치 통치가 만들어낸 베를린 영화제뿐 아니라 구소련, 중국,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유수한 영화대학들 역시 이런 역사적 의미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반공 영화 또한 프로파간다적 성격이 강합니다. 80년대까지 이어지던 반공 영화는 90년대 들어 이전의 성격을 잃고 장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그것은 북한을 바라보는 남한 사회의 태도가 변화된 것과 맞물립니다. 이렇게 변화된 태도를 잘 드러내는 영화가 바로 <쉬리>라 할 수 있습니다. 연인이면서 동시에 간첩인 여자. <쉬리>의 주인공 유중원(한석규 분)이 안고 있는 딜레마는 바로 남한 사회가 북한을 대하며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화해와 통합의 대상인 한 민족이면서 또한 주적 국가인 북한을 대하는 어려움이 영화에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모순과 어려움을 멜로와 액션, 스릴러 등 장르적으로 잘 빚어냅니다. 느와르 장르의 팜므파탈과도 같은 여성을 맡은 김윤진의 연기가 빼어납니다. 연인 이명현과 킬러 이방희로 분열된 양상 끝에 중원의 총에 죽고 마는 그녀의 모습은 한편으로 반공 영화 장르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쉬리>는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효시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도 할리우드 등 외국 영화 못지않은 만듦새와 재미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후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오게 된 발판 역할을 했습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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