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조(共命鳥)는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가 달린 새다. 이로부터 사자성어 공명지조의 함의(含意)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이럴 때 모두 죽고 만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근래 들어서는 이를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가 비운(否運)을 맞게 되는 것을 빗대 쓰곤 한다.
교수신문은 한국사회를 통철(洞徹) 하는 사자성어를 꼽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때 군주민수(君舟民水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이 본격화 된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을 선정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올해 공명지조가 택해진 이유는 조국사태, 일본 수출규제, 대북 및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국론이 두 쪽이 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은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서 이면에는 이택상주(麗澤相注)와 같은 사회가 되기를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이택상주는 주역 태괘(兌卦)의 풀이에서 유래된 말로 '두 개의 맞닿은 연못(麗澤)이 서로 물을 대주며 마르지 않는 것(相注)처럼 협력하고 발전·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국제 정세를 볼 때 이택상주와 같은 마음가짐은 더욱 절실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열강이 경제 외교 안보 면에서 갈수록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사분오열되지 않고 상생을 위해 똘똘 뭉칠 때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대망의 2020년이 다가온다. 내년은 21대 총선이 열리는 바야흐로 '정치의 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국가 정책이 결정되고,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예산배정과 고위직 인사가 단행되는 밑바탕에는 항상 정치가 깔려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순 없다.
이같은 맥락에서 차기 총선은 충청의 힘과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충청 정치도 이택상주 정신으로 무장해야 해야 할 이유다.
내년에 해결해야 할 충청 현안은 즐비하다. 대전 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해 문재인 정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지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균형발전특별법이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는데 내년에 산자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등 3개 관문을 뛰어넘어야 한다.
세종의사당 설치도 속도를 내야 한다. 2020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 10억원이 확보된 만큼 조기 설계 착수가 시급하다. 국회 운영위에서 3년 넘게 계류 중인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도 필요하다. 나아가 2022년 5월까지인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착공토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충청 정치의 영토확장도 시급하다. 내년 2월 중하순께 이뤄질 선거구 획정에서 지역 위상에 걸맞은 의석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올 5월 행안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충청권 인구는 553만 5761명의 호남보다 38만명 가량 많지만 의석수는 충청 27석, 호남 28석으로 되려 1석 적다. '표의 등가성' 논란에 앞서 충청인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다.
<강제일 정치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