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서양에서는 경제(economy)가 그리스 말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유래됐다. 오이코노미아는 번창해진 집안의 집사(執事)이자 관리인인 오이코노모스(oikonomos)가 집안을 잘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인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경제 운용 계획에서 "민간 활력이 저하되고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이 하락,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관련 핵심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이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 주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경제정책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는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와 분배 정책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 모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같은 경제 현실에 대해 경제 실무 핵심부처는 "궤도 이탈, 절박하다"라고 하고, 국무총리 후보자까지도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미국 전 국가안보보좌관 브레진스키는 폴란드 출신 정치학자로 헨리 키신저와 함께 미국의 3대 외교 거물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는 살아생전 두 번이나 조국 폴란드가 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먼저는 1939년 히틀러와 스탈린의 협정으로 폴란드는 독일과 소련에 의해 분할됐다. 이어 1945년에는 얄타협정에서 소련 위성국 처지로 전락했다. 그는 국가가 이처럼 몰락해가는 가장 큰 원인은 우둔한 지도자의 어리석은 국가경영(statecraft)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주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유죄 선고를 받고 일부는 법정구속까지 되자 삼성은 '무(無)노조 경영'을 포기하는 입장문을 냈다. 근로자의 권리인 노조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면 노동 탄압이자 불법이다.
그렇지만 합리성보다 폭력과 투쟁이 지배하는 한국의 노동 현실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강성귀족이 장악할 수도 있는 삼성을 생각해 볼 때 국가 경제의 앞날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대기업 귀족 노조들은 강경 일변도 노선을 고수하면서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상 결정을 뒤집기 위해 주총장을 난장판으로 하고, 이득을 더 챙기자고 건설 현장을 마비시키는 일이 전국의 노동 현장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 공장 중 현대차는 20년 동안 4년을 빼곤 해마다 파업을 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1962년 이후 파업이 없다.
지금 한국의 후진적 노조문화는 현 정부의 편향적 친노동 기조로 인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노사 협력 부문은 올해 125국 중 120위로 거의 꼴찌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는 국가경쟁력 순위는 13위이나 노사협력 부문은 141국 중 130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1개월간 진행되는 서울대 동문과 교직원을 상대로 한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악 대통령' 온라인 투표에서 2일차인 20일 오후 5시경까지 675명 참여에 문재인 대통령이 590표(87%)로 압도적인 1위였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이 제대로 된 현실인식 위에 편향적 친노동 기조와 반시장과 반기업 경제정책을 벗어 버리고, 급속히 기울어진 국가 경제를 다시 성장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를 그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학수고대한다.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