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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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한 해를 보내며……

김소영/수필가

  • 승인 2019-12-21 18:2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남녀가 결혼해 살면서 부부싸움을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어제 결혼한 부부도 신혼여행 가서 싸운다. 부부싸움은 나쁜 게 아니다. 부부가 다툼으로 인해 상대를 알게 되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성숙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방법이다. 부부사이에 발생한 갈등을 적절하고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심각한 위기를 자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올 한 해가 또 가고 있다. 2019년은 지독히도 바쁜 한 해였다. 우리 내외는 아침 일찍부터 주말도 없이 일이 많았다. 나는 가족들 아침밥을 챙겨주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주말도 일이 있어 쉬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나에게 불만이 생겼고 그로 인해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남편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이 생겼다. 예전 가정주부로 있을 때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는데 직장을 다니게 되니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진 것이다.



일 때문이라며 매번 너무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근무 시간이 끝났는데 왜 당당하게 퇴근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직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기념일이나 생일을 잊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낼 때면 얼마나 섭섭했었는지 모른다. 또 피곤함에 집에 돌아와서도 축 쳐져있고 주말이면 쉬고만 싶어 하던 남편에게 얼마나 서운해했었는지 모른다. 지금 필자는 기념일이나 생일은커녕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게 지내고 집에 오면 쉬고만 싶다.

얼마 전 1박 2일로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새벽에 자고 있는 남편에게 조용히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바쁜 일정에 저녁때나 되어서 남편에게 저녁 먹었냐며 문자를 보냈는데 '안 먹었어'라는 짧고도 퉁명스러운 문자가 왔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전화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화가 나 있었다.

지방으로 출장을 떠났으면서 '잘 도착했다'라는 문자도 보내지 않고 저녁때나 되어서 겨우 문자를 보낸 것이 이유였다. 나는 바빠서 그랬다고 했지만 남편은 잠깐 문자 보내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며 본인과 필자는 상대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며 역정을 냈다.

처음에는 바쁜 아내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편은 해외에 출장을 갈 때면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 출발하고, 도착지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때마다 보냈고 일을 마치면 저녁을 뭘 먹었는지 사진을 보냈고 호텔에 들어와서는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잠을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아침인사 문자를 보냈었다. 그에 비해 정말 필자는 남편 말대로 너무한 무심한 것이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제기'라는 말도 부부사이에 발생하는 갈등과 다툼은 더욱 성숙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부부싸움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소한 의견충돌에서 시작한 부부싸움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올 한 해를 보내며 생각해본 말이다. 앞으로 역지사지의 실천방법으로 남편과 친구가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진정한 친구란 모든 사람이 떠나는 순간에도 곁에 남아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내이기 전에 남편의 친구가 되고, 남편이기 전에 아내의 친구가 되어 보는 건 어떨는지…….

김소영/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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