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 문화 기록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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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 문화 기록 선행돼야

목동3지구 일대 재개발 현장 생생한 기록 담아
대전문화재단 지역리서치 첫 지원사업 전시로
문화적 자산과 역사성 기록할 문화 움직임 절실

  • 승인 2019-12-20 08:49
  • 신문게재 2019-12-20 6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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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희 작가가 목동3지구에서 수집한 오브제로 표현한 '목동콜렉션' 2019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기획전은 옛 충남도청사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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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목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가 제작한 선교사 가옥과 박만식 건축가가 지은 주택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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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랜턴을 만지면 사진이 움직인다. 최종원 작가는 목동 지역민이 촬영한 사진으로 기억2, 흔적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도시정비사업으로 사라져 가는 마을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선행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문화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전 곳곳에서 도시정비와 재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역사성을 가진 마을은 물론 문화적 자산까지도 사라지는 실정이다.

목동 3지구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올해 초 아파트 재개발을 앞두고 1970년대 지어진 선교사 가옥과 1세대 건축가인 박만식 교수가 지은 주택을 포함해 그 일대가 전부 허물어졌다. 보존가치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목동3지구는 한 줌의 콘크리트 먼지로 사라졌다.

목동3지구 재개발과 원주민 이주 소식이 들려오자 지난해부터 예술가들은 하나 둘 목동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기록했다. 빈집에 남겨진 추억과 기록물을 건져냈고, 부서진 폐허 속에서 그리움과 쓸쓸한 인생의 단면을 품어냈다.



1년 넘게 목동3지구에 머물렀던 여상희 작가는 "사람은 빠져나갔어도 고양이와 풀은 이곳에 살고 있었다. 출입 차단을 하기 전에 모든 집 한 칸 한 칸을 들어가 봤다. 어느 날인가 밤에는 한 주민이 오셔서 울고 가시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작가들과 민간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목동3지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대전문화재단은 2019 지역리서치 사업을 기획하고 문화적 기록을 위한 물꼬를 텄다. 이 결과물은 19일 옛 충남도청사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막다른 골목 사라진 집들;목동 3지구에 대한 기억과 기록' 전시로 이어진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목동3지구를 담아냈다. 여상희 작가는 목동3지구 250채를 재현했고, 빈집에서 발견한 오브제로 도시재생의 쓸쓸한 단면을 형상화했다. 윤성빈 학생은 목동이발소를 영상과 VR로 제작했고, 최종원 작가는 스마트뷰를 통해 목동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영상을 준비했다. 이 영상은 목동에서 가져온 철제 스위치와 연동돼 움직인다.

이상희 목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선교사 가옥과 박만식 건축가 주택 모형을 제작했다. 정다운 촬영감독은 폐허가 된 재개발 구역을 영상기록으로 남겼고, 박상희 피아니스트는 목동3지구 빈 집에서 발견된 오래된 피아노를 연주하며 사라지는 것들을 위로했다.

이상희 교수는 "무너져가는 목동에서 많은 발견을 했다. 1세대 근대식 교육을 받은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도 다수 확인했고, 사진과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료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다운 촬영감독은 "제 작품은 영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피아니스트를 오마쥬 했다. 폐허가 된 목동3지구와 오래된 피아노의 마지막 연주로 모든 것이 멈춰진 시간과 기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시도된 지역리서치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지역주민과 옛 거주자들의 도움으로 마을 곳곳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됐다. 원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에서는 역사적 사료와 기록물들이 대거 발견되기도 했다.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목동을 시작으로 대동과 소제동까지도 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공동체의 기억이 사라져 가는 이때 예술과 문화적 시각으로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무언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문화재단은 목동3지구에 이어 목동4지구와 선화지구를 2020년 지역리서치 구역으로 선정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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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에서 나온 생활품들. 유리컵에서 사진, 신문, 조명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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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촬영감독이 촬영한 목동3지구의 재개발 모습. 육중한 가옥들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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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피아니스트가 목동3지구에서 발견된 피아노로 연주를 통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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