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호남 의석수를 지키기 위한 '충청 선거구 도둑질'이라고 규정하며 더불어민주당 등 '4+1 협의체'에 핏대를 세웠고 여당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한국당의 일방적인 트집잡기라면서 폄훼했다.
이 사안은 충청권이 호남에 비할 때 인구는 많지만 국회의석 수는 오히려 적은 아이러니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휘발성을 더하고 있어 총선 앞 금강벨트의 민심향배가 주목된다.
한국당 대전·충남·충북·세종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등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를 제물로 삼아 호남 선거구 지키기를 작당하고 있다는 소식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발끈했다.
또 "민주당과 위성 정당이 '선거일 전 3년 평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선거구 획정 기준으로 변경하는 선거구 짜깁기 음모를 뒷방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선거제도 헌법적 가치와 평등원칙을 무시한 당리당략만을 위한 민주당의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공격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온 이면에는 총선철 마다 고개를 들어왔지만 개선되지 않는 충청권 표의 등가성 훼손 논란이 깔려 있다.
올 5월 행안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충청 553만 5761명, 호남 515만 8592명으로 충청이 37만 7000여 명 많다. 유권자 수 역시 충청이 호남을 압도한다. 지난해 6·13지방선거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충청 450만 964명, 호남 427만 7382명으로 충청이 호남 보다 22만 3582명 많다.
하지만, 국회 의석수는 충청권 의석수는 대전 7석, 세종 1석, 충남 11석, 충북 8석 등 27석이며 호남권은 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등 28석이다. 1인 1표 원칙이 선거결과 기여도에도 같은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4+1 협의체'는 선거구 획정 기준과 관련 인구 수를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충청권의 피해의식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인구 감소로 인해 통폐합 가능성이 큰 호남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보이는 세종시 1석으로 묶어두며 '호남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4+1 협의체' 논의내용이 확정될 경우 세종시가 인구상한선에 미달하며 분구가 무산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선관위와 지역 정가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충청 진영은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자제하면서도 한국당의 트집 잡기로 일종의 정치공세라며 깎아내리고 있다.
충남도당위원장인 어기구 의원(당진)은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하면 현행보다 공정해져 선거구를 뗐다 붙였다 하는 개리멘더링 방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당 주장대로 호남을 살리기 위해 세종시를 희생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김정표 민주당 세종시당 사무처장도 "4+1 협의체 입장이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한국당 주장은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 있는 것"이라며 "선거구 획정 기준일이 올 1월로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세종시 분구가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강제일·서울=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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