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공명지조(共命之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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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공명지조(共命之鳥)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 승인 2019-12-18 15:27
  • 신문게재 2019-12-19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공명지조는 불교 경전 아미타경(阿彌陀經)을 비롯해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다. 말 그대로 공동운명체다. 불교 경전 '아미타경'에 따르면 공명조의 두 머리 중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또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항상 몸에 좋고 맛 좋은 열매를 혼자만 챙겨 먹었다. 이를 알고 질투를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나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온몸에 독이 퍼져 둘 다 죽게 됐다.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부구청장 인사를 두고 대전시와 중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지방자치법 상 부구청장 임명은 구청장이 하게 돼 있다면서 자체 승진을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박 구청장은 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려면 인사가 독립돼야 한다면서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전시는 민선 6기 5개 자치구와 체결한 인사 협약을 들어 부구청장 자체 승진이 협약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 공무원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중구와의 교류 전면 중단, 예산, 특별교부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 시와 구청 간 직급별 인사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승진 적체를 해소했는데, 교류가 차단되면 결국 피해는 중구청 공무원이 보게 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구가 2015년 5월 한전 부지 개발을 담당하는 도시계획과장 직위를 독자적으로 임기 2년의 개방형으로 바꾼 뒤 서울시가 강남구의 기술직 공무원 인사교류를 3년째 중단한 사례가 있다.

대전시와 자치구는 대전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한 몸이다. 인사교류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박 구청장은 법에 명시가 돼 있다고 무조건 입장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관례가 유지된 것은, 전국적으로 대부분 이 같은 관례를 따르고 있는 것은 시-구 간 협력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꾸려면 논리가 타당하더라도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시청 공무원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측근 인사 챙기기로 비춰치면 명분을 얻기가 어렵다. 과정 없이 '법'만 내세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구민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허태정 시장의 대처도 아쉽다. 구청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시-구 간 인사교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구청장이 임명하는 게 맞다는 소신이 있다면 시 공무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중구청장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야 한다. 사안을 이렇게까지 오게 만들어 시-구 공무원 갈등만 키우면 리더로서 문제가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양측이 서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면 결국 독이 퍼져 둘 다 죽게 된다.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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