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도 미술비평가 |
정치는 극단적이고 기술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기술은 인간을 배제할 때 애매해지고 정치는 이데올로기를 전유하여 개념화시킬 때 극단적이 된다. 하지만 문명은 정치적 비전과 기술적 탐구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 이런 상충하는 면들 때문에 인간은 고뇌하는 존재가 된다. 2020년 우리 사회를 선도할 기술은 5G 기술일 것이다. 이제 막 상용화되어가고 있는 5G 기술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통해 우리 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보 처리속도를 지닌 기술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좀 더 감각적이고 감성적으로, 혹은 인간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이 인터넷과 통신 산업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속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적인 관점에서 보면 욕망은 참여이고 피드백이다. 정치적으로 참여는 이슈들에 대한 민주적인 합의를 지향하고자 하는 열망이고, 경제적으로는 다수가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가치 생산의 비전이다.
대한민국에서 21세기 기술과 문명은 문화적인 번역의 과정을 통해 성취되어야만 한다. 문화는 우리 삶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35년간의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6.25 전쟁을 겪고 현대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 현재의 경제적 번영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가 문화적 차원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우리 삶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철학자 칸트가 예술을 ‘무관심적인 관심’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 삶의 사건들에 무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탐욕을 버리고 정의롭게 이 세상과 사건들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화적인 관점은 기술과 문명의 품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삶의 무료함을 즐거움으로 변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