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기술과 문명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기술과 문명

정용도 미술비평가

  • 승인 2019-12-16 10:42
  • 신문게재 2019-12-17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정용도 미술비평가
정용도 미술비평가
2020년에는 어떤 사건들이 대한민국 사회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2019년은 북한의 비핵화와 정전협정, 일본의 경제 제재와 반일운동이 가장 큰 이슈였을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아직도 진행 중인 과정에 있지만 대한민국이 국제 정치경제 상황에서 주도권을 지니고 이슈를 생산하기 시작한 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고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서 협상 주체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남한과 미국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함수 관계를 우리의 관점 안에서 융통성 있게 리드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또한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대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반일 불매운동에 참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제 국산화 운동의 큰 비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한 해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2019년에 시작된 이런 역동적인 변화들이 개인들 삶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문명의 틀을 만들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정치는 극단적이고 기술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기술은 인간을 배제할 때 애매해지고 정치는 이데올로기를 전유하여 개념화시킬 때 극단적이 된다. 하지만 문명은 정치적 비전과 기술적 탐구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 이런 상충하는 면들 때문에 인간은 고뇌하는 존재가 된다. 2020년 우리 사회를 선도할 기술은 5G 기술일 것이다. 이제 막 상용화되어가고 있는 5G 기술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통해 우리 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보 처리속도를 지닌 기술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좀 더 감각적이고 감성적으로, 혹은 인간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이 인터넷과 통신 산업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속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적인 관점에서 보면 욕망은 참여이고 피드백이다. 정치적으로 참여는 이슈들에 대한 민주적인 합의를 지향하고자 하는 열망이고, 경제적으로는 다수가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가치 생산의 비전이다.

대한민국에서 21세기 기술과 문명은 문화적인 번역의 과정을 통해 성취되어야만 한다. 문화는 우리 삶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35년간의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6.25 전쟁을 겪고 현대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 현재의 경제적 번영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가 문화적 차원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우리 삶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철학자 칸트가 예술을 ‘무관심적인 관심’이라고 말한 것은 우리 삶의 사건들에 무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탐욕을 버리고 정의롭게 이 세상과 사건들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화적인 관점은 기술과 문명의 품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삶의 무료함을 즐거움으로 변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