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대전명물 지하상가 만들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대전명물 지하상가 만들기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19-12-16 08:35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유재석은 대전과 인연이 깊은 듯하다. 얼마 전 대전을 '노잼도시'라 언급하는 바람에 대전을 재미있는 도시로 살려야 하는 관계자들이 긴장했다. 그보다 훨씬 전에는 한 오락프로에 출연한 젊은이에게 입고 있는 티셔츠를 어디서 샀는지 물어 대전 지하상가를 패션의 메카로 소개하는 바람에 한때 지하상가를 들썩이게 했다.

전국적인 지하상가 퇴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전역부터 성심당이 있는 대종로를 거쳐 옛 충남도청까지 길게 펼쳐진 중앙로 지하상가는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지하공간에 가장 많은 점포가 입점한 곳이 부평역 지하상가라지만, 규모 면에서는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가 전국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서울 코엑스몰을 비롯해 대형 지하공간이 속속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지하상가가 연출하는 특유의 이미지하고는 거리가 좀 있다. 지하에 있어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하철과 쉽게 연결되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지하상가는 분명 장점이 많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지하상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들 얘기한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열악한 쇼핑환경과 특성 없는 저가전략 운영이 지하상가 경쟁력 저하로 연결돼 애물단지 소리를 듣게 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애꿎게 지상상권을 탓하고 시민 편의를 볼모로 잡는 일까지 발생한다. 대전 중앙로도 한동안 지상 보행환경 개선사업에 대해 지하상가가 반대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지상상권과의 배타적 경쟁은 결국 공멸의 길을 재촉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편에 따른 시민의 외면은 지상과 지하를 막론하고 아예 발길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앙로 지상상권과 공존전략을 모색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중앙로 지하상가를 특성화해 전국적 명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하상가 시설환경을 개선해 쾌적한 공기와 함께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고 지상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여러 곳에 설치해 편리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애써야 한다.

중앙로 지상상권을 포함한 원도심 전체를 대상으로 역할 분담과 특성화도 시도해야 한다. 지하상가에 가서 티셔츠를 사고 중앙로 어느 골목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근처에서 영화도 볼 수 있는, 소위 원도심에 가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야 사람이 몰리고 우연한 구매의욕도 살아날 수 있다.

다행히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대전천으로 끊어진 지하상가 구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지상으로 쉬이 연결할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도 설치 중이다. 지하상가를 구성하는 여러 시설환경도 불편함이 없는지 찾아서 개선해 이용자와 상인의 건강한 생활환경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앙로 지상상가를 활성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해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지상상가가 활성화되면 결국 지하상가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중앙로 지하상가를 대전 명물로 개발해 관광 자원화하는 노력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활성화는 물리적 환경개선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끌어주는 구조로 가야 한다. 원도심 활성화는 어느 순간 갑작스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것이다. 활성화의 조짐이 보일 때 상가 주인도 새로운 시설투자를 고려할 것이고, 시설이 나아져야 찾는 발길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선을 위한 노력은 상가주민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공은 그저 마중물을 부어줄 따름이고, 이를 살려 풍성한 활성화로 이어야 하는 이는 곧 그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되고 오랫동안 유지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한창이어야 하는 요즘 저작권 시비 때문에 통 거리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정부가 연말을 맞아 저작권료 걱정 없이 영업장에서 캐럴을 틀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는데……. 이번 주말에는 중앙로 지하상가로 나가봐야겠다. 흥겨운 캐럴을 들을 수 있으려나?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