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전국적인 지하상가 퇴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전역부터 성심당이 있는 대종로를 거쳐 옛 충남도청까지 길게 펼쳐진 중앙로 지하상가는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지하공간에 가장 많은 점포가 입점한 곳이 부평역 지하상가라지만, 규모 면에서는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가 전국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서울 코엑스몰을 비롯해 대형 지하공간이 속속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지하상가가 연출하는 특유의 이미지하고는 거리가 좀 있다. 지하에 있어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하철과 쉽게 연결되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지하상가는 분명 장점이 많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지하상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들 얘기한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열악한 쇼핑환경과 특성 없는 저가전략 운영이 지하상가 경쟁력 저하로 연결돼 애물단지 소리를 듣게 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애꿎게 지상상권을 탓하고 시민 편의를 볼모로 잡는 일까지 발생한다. 대전 중앙로도 한동안 지상 보행환경 개선사업에 대해 지하상가가 반대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지상상권과의 배타적 경쟁은 결국 공멸의 길을 재촉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불편에 따른 시민의 외면은 지상과 지하를 막론하고 아예 발길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앙로 지상상권과 공존전략을 모색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중앙로 지하상가를 특성화해 전국적 명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하상가 시설환경을 개선해 쾌적한 공기와 함께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고 지상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여러 곳에 설치해 편리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애써야 한다.
중앙로 지상상권을 포함한 원도심 전체를 대상으로 역할 분담과 특성화도 시도해야 한다. 지하상가에 가서 티셔츠를 사고 중앙로 어느 골목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근처에서 영화도 볼 수 있는, 소위 원도심에 가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야 사람이 몰리고 우연한 구매의욕도 살아날 수 있다.
다행히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대전천으로 끊어진 지하상가 구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지상으로 쉬이 연결할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도 설치 중이다. 지하상가를 구성하는 여러 시설환경도 불편함이 없는지 찾아서 개선해 이용자와 상인의 건강한 생활환경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앙로 지상상가를 활성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해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지상상가가 활성화되면 결국 지하상가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중앙로 지하상가를 대전 명물로 개발해 관광 자원화하는 노력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활성화는 물리적 환경개선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끌어주는 구조로 가야 한다. 원도심 활성화는 어느 순간 갑작스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것이다. 활성화의 조짐이 보일 때 상가 주인도 새로운 시설투자를 고려할 것이고, 시설이 나아져야 찾는 발길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선을 위한 노력은 상가주민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공공은 그저 마중물을 부어줄 따름이고, 이를 살려 풍성한 활성화로 이어야 하는 이는 곧 그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되고 오랫동안 유지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한창이어야 하는 요즘 저작권 시비 때문에 통 거리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정부가 연말을 맞아 저작권료 걱정 없이 영업장에서 캐럴을 틀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는데……. 이번 주말에는 중앙로 지하상가로 나가봐야겠다. 흥겨운 캐럴을 들을 수 있으려나?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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