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
겨울에 벚꽃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시간 감각이 떨어집니다. 생각해 보면 시간이라는 것이 작년에도 그날이 있었고 올해도 있었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그날이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일을 만났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날의 기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15일 남았습니다. 달력은 이미 내년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수도승처럼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음이 부족합니다. 다가올 일을 고민하고 다가올 것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업인지 모르겠습니다.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니, 우리를 위해 입법을 만들어 주는 인물을 선출하는 선거니, 결정을 잘하라는 말을 선거가 도입되고부터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들었습니다.
넉달이나 남았는데, 봄은 아직 너무 멀리 있는데 이런 글이 생뚱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이고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일이기에 미래의 일을 급하게 끄집어내 봅니다. 지금 정당들은 누구를 어떤 지역구에 공천하고 누구를 어떤 지역구에 전략적으로 내세워야 승리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내년 총선이 시작됐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당들에 이런 인물을 추천해 달라, 이런 인물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등 식상한 이야기는 여기서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고민은 사실 주권자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정당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할 일입니다. 어떤 인물이 나왔는지 내가 원하는 인물이 나와 내 삶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법)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판단만 하면 주권자의 역할은 충분합니다.
벚꽃이 휘날리거나,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이 봄비에 쓸려 내려갈 쯤 우리는 새로운 인물을 만날 겁니다. 그 인물이 4년을 지역 주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다양한 법을 만들어 우리의 삶을 지켜줄 수 있다면 무얼 더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겠지요.
아직 오지도 않는 일을 꺼낸 것은 올봄, 테미창작촌 옥상에서 입주 작가들을 소개하는 한 장면 때문입니다. 행사가 있으면 지역의 인사나 단체장 그리고 이런저런 내빈들을 소개합니다. 그날 내빈 소개를 했는데 동네 주민들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반성했습니다.
고백하건데 테미창작촌이 동네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 동네에 시설이 있으면 그 시설의 주인은 동네 주민일 겁니다. 동네 주민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참 잘 어울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내년 4월에 이런 모습을 선거의 결과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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