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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지음│반비
'내가 20여 년간 경험한 성매매 업소는 나를 때린 아버지와 어린 나를 성추행했던 삼촌과 나를 강간하며 웃던 그놈, 임신한 나를 버리고 간 군인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본문 중에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은 20여 년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이 써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저자 봄날은 열여덟 살에 성매매 업소에 유입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 업소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증언한다.
저자가 기록한 삶의 경험은 많은 한국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처하게 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서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가계를 짊어져야 했던 상황, 가족 내 성차별과 아버지의 가정폭력, 청소년 여성 노동자로서 겪은 부당한 노동착취, 저개발된 지방 도시, 직장 내 성폭력과 잘못된 사건 처리, 자원이 없는 젊은 여성이 당하게 되는 성 착취.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여성들이 생애단계마다 겪게 되는 전형적인 피해의 경험들이다. 저자는 이런 경험들이 한 여성의 삶에서 어떻게 서로 얽히고 교차하면서 성매매에 유입되고 또 빠져나오기 힘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고통스러울 만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은 개인의 생애사를 통해서 성매매가 결코 특수하고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며, 한국 사회의 수많은 젠더 이슈들이 첨예하게 만나는 지대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세밀하게 기록한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빈곤, 성차별, 노동 문제, 지역 간 격차, 남성들의 성폭력적 놀이문화 등이 성매매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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