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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석 지음│어린이작가정신
두꺼비는 외로운 아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선물을 줄 가족도 친구도 없다. "세상엔 산타같은 건 없나봐" 중얼거리며 달리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그는 결심한다. 세상에 선물이 뿌려지는 날, 아무도 모르게 산타들 틈에 숨어 다니며 선물을 훔치기로. 이 굴뚝에서 저 굴뚝으로, 잿빛 세상을 누비며 행복과 기쁨이 담긴 선물을 훔치는 블랙 산타. 남몰래 기쁨과 행복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와는 정반대의 존재가 돼버린다.
선물 꾸러미가 가득 차도 외로움은 가시지 않는다. 선물이 아직 부족해서라고 생각한 블랙 산타는 더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그 와중에 선물보다 아빠랑 있는 게 더 좋다는 아이와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말하는 사람의 곁을 지나친다. 떨어진 선물을 주워 돌려주는 다른 아이를 만났을 때, 블랙산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블랙 산타는 낯선 존재지만 그가 겪는 외로움과 변화는 낯설지 않다. 사랑과 온정을 강조하는 계절의 분위기는 그 마음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기를 더하고, 그 추위에 얼어붙은 마음은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되기도 한다. 그를 녹일 수 있는 건 따뜻한 마음일 테다.
판화를 닮은, 실낱같이 가느다란 연필 선은 블랙산타의 세상을 촘촘하게 구현한다. 회색빛 배경은 그가 가진 외로움을 잘 드러낸다. 종반까지 블랙산타와 선물을 주워준 다른 아이에게만 컬러풀한 색을 입혀줬던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서 다른 존재와 사물에도 색을 칠한다. 외로운 검정이 아닌 따뜻한 노랑과 빨강의 빛이 블랙산타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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