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9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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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9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

-맡은 배역의 충실함이 작품의 완성도 높여

  • 승인 2019-12-12 13:58
  • 신문게재 2019-12-13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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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28일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은 3년에 걸쳐 작품의 세부사항을 다듬어 올 해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대부분 단발성으로 끝나는 작품의 생명력을 이번처럼 긴 시간에 걸쳐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까닭은 처음 출발한 작품이 미래에 나아질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극에 모차르트 음악과 발레가 결합한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다. 아무리 모차르트와 셰익스피어라는 검증된 음악과 탄탄한 극적 구도가 기초를 구성하고 있어도 원작의 명성만으로 작품성과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예술의 미적 판단 영역에서도 충분히 논할 수 있다. 연출이 제시하는 최상의 밑그림 위에 지금 이 순간의 구성원들이 치밀하게 협업할 때만 공연 작품으로서 미적 가치는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19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 호흡으로 작품을 꿰뚫어 본 연출가의 세련된 안목과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을 갖고 음악과 춤, 연기를 수행한 크고 작은 주인공들의 소통과 배려가 만들어 낸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전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악 앙상블이었다. 지휘자 안운복이 이끈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는 극의 서사적 흐름에 따라 섬세하게 음향을 조율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시작하는 서곡인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악장을 범상치 않은 음색으로 들려주더니 성악 반주 역할에서도 울림의 폭을 조절해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 많지 않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음악극을 주도할 수 있음을 소리가 입증했다. 전체 극의 조화를 위해 음악을 조율했던 그 모든 과정이 오히려 작품을 빛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모차르트 음악극의 중심인물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음악이 아닌 춤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안남근과 김민진의 무르익은 섬세한 연기와 내용을 완전히 숙지해 자연스럽게 연결된 동작은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은 성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기존의 미흡한 점을 개선해 흡입력 있는 노래를 선보임으로써 밀도 높은 감정처리를 잘 해냈다.



이렇듯 2019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구성원 모두가 작품에 열정을 갖고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다 맡은 배역을 충실히 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릴 가치를 지닌 작품을 생산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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