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119와 도상학(Ico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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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119와 도상학(Iconology)

김태한 대전소방본부장

  • 승인 2019-12-11 11:44
  • 신문게재 2019-12-12 22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김태한2
김태한 대전소방본부장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부유한 신흥귀족들은 가문의 위상을 나타내고자 자신 가문들의 형상을 제단이나 묘지에 그렸다.

수도원 또한 내·외부의 벽과 창엔 아름다운 그림을 넣어 신도들과 가족들의 축복을 빌며 권위를 높인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풍조에서 유럽의 화가들은 권력자의 집이나 묘지, 유명성당 내부를 자신의 그림으로 장식하는 일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했고, 보수 또한 많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 '암굴의 성모'를 그릴 때의 세부계약서가 전해 내려오는 데 내용이 아주 세분되어있고 구체적이다.



작업 기간, 소요비용, 주인공의 위치, 그림에 나올 인물 수, 사용하는 물감의 종류와 사용량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중 '물감의 사용량'을 계약사항에 명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시대에 파란색, 빨간색 등이 자연에서 얻기 어려운 매우 희귀한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파란색 물감은 '울트라마린'은 아프가니스탄의 청금석이라는 원석에서 추출할 수 있었는데, 청금석은 그 당시 황금과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가 될 정도로 희귀했다. 현재에도 1㎏에 1500만 원에 달하는 귀한 재료이다.

르네상스 시대 성화(聖畵)속의 주인공은 대부분 파란색과 빨간색 옷을 입었는데, 비싼 파란 물감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도상해석학의 유래로 미술작품 속의 물건이나 색깔들의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고,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의 철학적, 사회적 관계를 찾는 학문으로 자신의 특징과 상징성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이론이다.

국민의 염원과 소방관들의 노력으로 47년 만에 이루어낸 소방공무원 국가직 법제화에 따라 우리 소방조직 또한 이전 지방직이었을 때와는 달리 우리 스스로 색깔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성을 살려 국민에게 나타내야 할 중요한 시기다.

먼저 재난의 대형화·복잡화로 국가의 책임과 재난대응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제1의 시책으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 신분으로 일원화되고, 소방본부를 시·도지사 직속부서로 격상시켰다. 이로써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에 따라 달랐던 소방인력과 장비 수준이 상향 평균화되어 시민들이 받는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각종 재난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소방안전교부세율을 담배개별소비세 45%로(약 5천억 원 증가) 인상해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22년까지 부족 소방공무원을 2만 명 증원해 화재진압대원의 인력을 보강하고, 2인 탑승 119구급대의 3인 탑승을 확대하는 등 재난발생에 시·도 경계없이 최고수위 우선대응 원칙을 적용해 재난 상황을 초기에 압도할 수 있는 여건도 갖췄다.

올 초 소방청은 소방관 4만 8980명을 전수조사한바 그중 25.3%인 12,162명이 재난현장 구조활동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다. 현장 활동 중 다쳐도 소방전담 의료기관이 없어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신적·육체적인 위험에 노출된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충북 음성에 소방복합치유센터설립을 추진하고, 치료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또한,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써 의료취약지역인 중부4군(음성, 진천, 증평, 괴산) 주민들에게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듯 국민은 국가직화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급변하는 소방조직체계와 인사제도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명하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우리만의 색깔과 역할을 찾아 국민에게 신뢰받을 방법을 끊임없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육상재난 전담기관, 국민의 수호자로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지금 이 시각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김태한 대전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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