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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싶다.
겨울이 오면 뭐가 좋을까. 깊은 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 사르락 사르락 행여 들킬까봐 수줍게 내리는 눈송이들이 잠 못 들게 한다. 천지간에 하얀 세상이 이토록 숨막히게 하는 것이 있을까. 모든 추한 것들을 덮어 주는 순결한 눈에 할 말을 잊고 만다. 눈처럼 하얗고 따뜻한 호빵 먹으며 눈 세상을 찬미한다. 멀리 보문산 자락이 아득히 보인다. 올 겨울, 펑펑 쏟아지는 포근한 눈을 맞으며 내 삶을 긍정해야겠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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