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 지음│이야기꽃
그림책 속 소녀는 어느 날 신부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친구들이 모두 신부와 신랑이 되어 떠난 뒤의 결심이다. 독자는 신부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신랑은 어떤 사람인지, 부케는 무슨 꽃인지 궁금해 할 수도 있다.
책 『노를 든 신부』는 신부에 대해 갖는 평범한 모든 생각에 'No'를 외친다. 신부에게 주어진 건 부모님이 주신 드레스 한 벌과 노 하나 뿐. 짝을 지어 바다로 나가는 배들이 즐비한 해변에서 신부의 모험은 시작된다. 신부는 짝을 짓지 않고 배를 몰아 나가고 싶었지만 노가 하나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수많은 신부를 태운 수상한 배, 호화로운 크루즈도 만난다. 신부에겐 모두 원하지 않는 배다. 신부는 노를 든 채, 항상 망설임 없이 그 자리들을 떠난다.
신부는 노를 이용해 숲 속 늪에 빠진 사냥꾼을 구해준 뒤 노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뜬다. 과일을 따고 요리를 하고, 곰과 격투기도 한다. 안되는 게 없는 노는 신부를 마침내 바다 건너로 나아갈 길도 열어준다. 마을 야구경기에서 노를 방망이로 휘둘러 친 홈런 덕에, 바다 건너 유명한 야구팀 감독들이 신부를 스카우트를 하러 찾아온 것. 신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 한 가지 이유로 갈 곳을 선택한다.
신부의 노는 손 안에 주어진 것이 무엇이든, 원하는 일을 가슴에 품고 있다면 나아가는 데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예측불허 모험과 일상은 시원시원한 색과 굵직한 선을 따라 대범하고 진취적으로 다가온다. 관습과 제도, 기만과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만의 가능성을 찾는 신부의 모습은 어린이는 물론 성인독자들에게도 '자기다운 삶'을 향한 용기를 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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