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대전시립미술관 '어떻게 볼 것인가' 전시를 체험, 감상하고 있다. |
미디어의 발전과 AR·VR 등 기술의 발달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접목된다. 이런 시도들은 미술을 과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만나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만들어냈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는 관람객들이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작품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 감상자의 몰입 체험으로 완성되는 미래형 미술이다. 관람객 각자의 체험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각자 감상자에 따라 자신만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몰입형 예술은 고도의 정교한 과학기술을 이용하지만, 감상자는 기술 자체를 이해하기보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공감각의 미적 체험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몰입형 예술의 미적 체험은 정신의학에서 연구한 '몰입의 즐거움'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고전적인 미술관은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였다. 발걸음 소리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기존 전시와는 달리 몰입형 예술은 공간 전체를 예술품 자체로 만들고, 꼭 미술관과 같은 고정된 곳이 아니라도 어디든지 몰입공간으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적 예술형태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어떻게 볼 것인가' 전시는 몰입형 아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VR 기술을 활용한 전시로 석굴암 내부를 직접 감상하는 듯 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 미술과 음악, 과학이 만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카메라의 센서 범위 안에 들어가야만 작품이 완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은 작품 밖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 안으로 들어와 직접 보고 느끼며 작품과 하나가 된다.
최근 프랑스의 빛의 벙커, 일본의 팀랩, 캐나다의 모멘트 팩토리가 몰입형 예술의 최신 전시를 전 세계에서 선보이고 있다. 제주 '빛의 벙커'에서는 프랑스 빈센트 반 고흐전과 폴 고갱전이 개최되고 있다. 이 전시는 벙커라는 거대한 공간에 90여 대의 프로젝터가 약 1800여 점의 작품, 드로잉을 상영하며 감상자가 작품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관람객들은 고흐의 해바라기 물결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고갱 그림 속 빗줄기를 피해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몰입형 예술은 5G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등과 결합하면서,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예술로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다"며 "대전시립미술관 몰입형 예술 '어떻게 볼 것인가 (Ways of Seeing)'는 이러한 새로운 미래형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다. 많은 분들이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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