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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우리 가족은 축제의 계절이 된다. 왜냐하면 네 사람의 생일이 모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축제라기보다는 목돈이 드는 때이다. 생일선물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예수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까지 껴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제일 먼저 생일인 딸내미는 한 차례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했는지 두 손 가득 생일 선물을 들고 들어왔다. 그런데 생일 선물 중 하나를 꺼내더니 선배 언니가 엄마 선물이라며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너희 학교 선배가 엄마 선물을 왜?"
그 선배는 자신이 아는 지인의 생일이 되면 친구의 선물은 물론 그 친구의 어머니 선물을 꼭 챙겨 준다는 것이다. 그 친구을 태어나게 하고 키워 준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에 진짜 선물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서 챙긴다는 것이다.
이런 기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딸내미의 가까운 사람이란 것에 감사했다. 어떻게 20대 초반인 젊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가정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다. 그 선배 언니의 집안은 매번 생일 때 낳아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가르쳤을 것이다.
생일, 내가 태어난 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축하받을 일인가? 내가 이 세상에 축하받을 일을 한 것이 있는가?
조선 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큰 학자인 위백규(1727-1798)는 사람들이 생일잔치를 벌이는 풍습을 보고 생일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남겼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만물 가운데 내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참으로 행운이다. 사람들은 이 행운을 기뻐하여 생일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생일은 낳아준 부모의 은혜를 헤아리고 부모가 만들어준 신체를 수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모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신체를 잘 수양하지 못하면 외모가 사람 꼴을 갖추었다 하여도 짐승과 다를 것이 없으니 자신의 부모도 짐승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을 맞이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가질 것은 물론이요, 타인의 생일에도 공경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그러면 생애의 모든 날이 자신의 공경하는 마음을 돌아보는 날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행운을 온전하게 하는 법이다.
사람은 1년에 한 번 생일을 맞는다. 그러나 벗이나 친지 등의 생일까지 합하면 매달 생일을 맞게 되는 꼴이다. 위백규 선인께서는 매달 생일을 맞고 매일 생일로 삼아 그때마다 생일의 의미를 생각하여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몸을 수양하는 날로 삼으라고 했다. 이것이 성인이 되는 길이요, 성인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못난 인간은 되지 아니할 것이라 했다. 이것이 진정한 생일의 의미가 아닐까?
예전엔 누가 생일을 챙겨주지 않으면 섭섭하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하고 살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축하받는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나와 여전히 함께 해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나의 생일을 함께 보내주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하는 날로.
김소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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