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제공 |
조혜란 지음│사계절
할머니들이 빨간 버스를 타고 단풍놀이를 간다. 무채색 흙길을 달리는 차 안 할머니들은 회색빛 옷을 입고 무심한 얼굴이다. 빨간 버스는 붉은 산 앞에 선다. 새빨갛고 노랗고 알록달록하고 불꽃같은 색의 나무들이, 할머니들이 반갑다고 손짓한다.
평범한 단풍놀이 같은 풍경은 할머니들이 나무 위에 오르면서 환상적인 동화가 된다. "곱기도 하지. 따사하고 폭신하다." 솜이불 위에 앉은 듯 평화롭게, 할머니들은 '고시랑고시랑'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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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할머니의 일상 같은 에피소드는 작가가 바느질로 담은 책 속에서 특별한 색과 온기를 갖는다. 형형색색의 헝겊 조각으로 만든 할머니들의 모습은, 화려한 무늬의 옷을 입고 노년의 삶을 즐겁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화사하게 묘사한다. 살아온 세월 속에서 뭉근하게 익어왔을 할머니들의 온정은, 한겨울을 보낼 나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따사롭게 전해진다. 각박하고 분주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빨강의 온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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