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동네 행정복지센터는 안전하지 않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이면 긴급 보수공사나 사용제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아마 아파트 같은 공공주택 이었다면 입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곳에선 살 수 없다고 나갔을 것이다. 태평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15명과 평균적으로 출입하는 250명의 주민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돈이 없어 보강공사나 신축을 못한다면 모르겠으나 중구청에 재정안정화기금이 있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소위 일반 가정에서 갖고 있는 목돈 같은 것이다. 가정을 꾸려나가면 갑자기 돈이 필요한 여러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틈틈이 저축해 갖고 있는 돈이다. 지방자치에서 재정안정화기금은 여유재원이 발생한 해에 일부를 기금에 적립하고 세입이 부족한 해에 이를 사용함으로써 계획적이고 안정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기금으로 통한다.
중구의 조례 제3조 기금의 용도를 보면 ▲세입 중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의 합계 금액이 최근 3년 평균금액 보다 감소한 경우 ▲대규모 재난 및 재해가 발생하여 긴급복구 및 구호가 필요한 경우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다른 기금의 지방채 원리금 상환 ▲대규모 사업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밖에 기금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지출이라고 명시돼 있다. 아니 명시돼 있었으나 지난 제221회 임시회에서 안선영 의원이 발의한 대전시 중구 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찬성 8명, 반대 2명으로 통과되며 대규모 사업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삭제됐다. 아이러니하게 안선영 의원의 지역구는 태평1·2동과 오류동이다. 시급히 재건축이 필요한 행정복지센터가 다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돈은 있어도 쓸 수가 없게 됐다.
구청은 가용재원이 충분치 않아 재정안정화기금에 시비와 국비를 합쳐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의회는 일반 예산에서 건축비를 확보하라는 팽팽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집행부와 중구의회의 갈등에 정작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린 건 구민들이다.
중구의회에 묻고 싶다. 구민의 안전이 먼저가 아닌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며 예산이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살피는 게 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만 구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안전에 있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는다.
<이성희 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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