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나쁜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악몽이고 깨지 않고 계속 자게 되면 개꿈이라고 한다. 정신분석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개꿈은 정서네트워크가 작동해 나쁜 기억을 없애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일수록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하니 살짝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이 설립한 아카데미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 것'이라고 적어놨다. 가짜와 증오가 판치는 그 당시 유럽의 현실세계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완벽한 '이데아'가 있다고 믿었으며, 가상의 이데아가 현실을 깨닫는 돌파구라고 생각해 수학을 이용, 설명하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신화나 전설을 벗어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동식물, 우주, 기상 등의 자연세계를 연구했다.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앎을 원한다'라는 <형이상학>의 첫 문장에서 누구나 가진 호기심과 궁금증은 인간 진화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며, 오감을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이 그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류문화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여러 가지 중의 하나는 꿈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루 동안 오감을 통해 접한 많은 장면은 뇌에 기억돼 있다가 수면시간 동안에 전두엽은 휴식을 취하게 되고 뇌를 청소하는 기능이 작동해 융합의 과정을 통해 논리적이지 않은 형태로 나타나고 상상력과 창의력의 기본이 됐을 것이다. 철학과 수학으로부터 출발한 이데아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감각기관이 연결된 뇌 활동의 산물인 논리적이지 않은 꿈들을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산물로 바꾸는 이데아를 찾아가고 있다.
뇌과학자들의 무단한 노력으로 꿈의 기능들이 밝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꿈마저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고 나의 꿈을 영상으로 저장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깨어나면 잊히는 꿈을 저장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창작물이 쏟아지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간의 마음을 누구나 볼 수도 있고 영화 '아바타'처럼 꿈과 현실을 넘나들지만, 그 안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배재대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에 선정됐다. AI·SW 창의융합대학을 설립하고 SW 융합 연계전공을 주요 내용으로 향후 6년간 12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특히, 지역사회와 공동 성장하기 위해 'PCU-SW 버스'와 '재능나눔SW봉사단'을 만들어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상시 운영한다. 4차 산업혁명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3D 프린터, 3D 스캐너, 레이저 커터, 스튜디오 및 1인 방송시설을 갖춘 '메이커 스페이스'를 개소하는 등 교육시설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과정은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문화·예술적 창의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창작 인력을 양성하는 일일 것이다. 꿈을 디자인하고 비논리적인 과정을 논리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여러 관점에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통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려는 과정을 인생이라고도 한다. 배움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인생의 오랜 과정에 놓인 '앎의 본능'을 깨닫게 하는 일이 대학의 중요한 교육행위이자 의무다. 뇌가 인지할 수 있는 감각기관으로부터 다양성이 표출되고 오감을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제도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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