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전 중구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1일 명예퇴직 불가통보를 받은 것을 스스로 밝히면서 총선 구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은 사실상 황 청장 카드를 상수(常數)로 생각하고 자유한국당이 깃발을 꽂고 있는 원도심 3석 탈환을 위한 전략을 그려왔지만 수정이 불가피해 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황 청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찰청으로부터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사유는 검찰이 '수사 중'임을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로써 저는 검찰의 수사권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재산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받거나,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분통 터지는 일이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공권력 남용으로 변호인과 상의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성토했다.
황 청장이 경찰청으로부터 명퇴불가 통보를 받은 것은 울산청장 재직 시절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사건 관계인 등에게 고발당한 사건 때문이다.
대전 출신인 황 청장은 내년 총선에서 대전 중구 출마를 기정사실화 해 왔으며 조만간 북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황 청장이 이번에 경찰청 명퇴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총선 출마의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명퇴가 아닌 의원면직 처리로 경찰복을 벗고 총선에 뛰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경찰청의 이번 조치로 황 청장의 총선도전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먼저 황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데다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야당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과연 황 청장에게 경선기회를 주거나 특정 지역에 전략공천을 하는 것이 당으로선 적잖이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이럴 경우 황 청장을 비롯해 자천타천 총선후보로 거론되는 박용갑 중구청장, 성윤모 산자부 장관 등 3명을 대전 원도심 지역인 동구, 중구, 대덕구 3개 지역에 전략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여당의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물론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황 청장 주장대로 비위 사실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의해 부당하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 부각될 경우 황 청장이 거대 검찰 권력에 맞서고 있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총선정국에서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당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진행 중이며 황 청장이 평소 경찰 내 '수사권 독립군'으로 불려왔다는 점도 휘발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이 황 청장 총선 출마와 관련해 전국적인 여론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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