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나! 그리고 생명을 구하는 공익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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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나! 그리고 생명을 구하는 공익신고

이정수 대전서부소방서 지방소방장

  • 승인 2019-12-03 16:14
  • 신문게재 2019-12-04 20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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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대전서부소방서 지방소방장
재난이 남기고 간 현장 속에서 발견되는 진실은 언제나 같은 그림이다. 대표적 인재(人災) 화재의 경우, 기사 속 대상물과 희생자만 바뀔 뿐, 사건의 발생 원인과 건축법 위반, 소방시설 유지관리의 허술함 등은 흡사 판박이로 찍어낸 듯 같은 모양이다. 과욕과 무관심이 불러온 화마 속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은 언제나 함께 타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사명을 받은 필자로서는 그 참담한 현장의 사연과 마주할 때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쏟아지는 대형 비보의 때때마다 전 국민이 하나 되어 비통함과 매서운 비난의 혀를 차지만, 화살은 관련자에게만 미칠 뿐 인적재난의 연결고리는 끊어지는 법이 없다.

우리는 2017년 제천 화재 참사 속에서 할머니, 딸, 손녀, 3대가 목욕탕을 찾았다가 다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슬픔을 보았다. 가장 안전하고 행복했어야 할 그곳이 참혹한 잿더미로 바뀌는 데는 불과 몇 분이 걸리지 않았으며, 남겨진 희생자 가족들의 절규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가슴을 도려내기에 충분했다.

제천의 현장에서도 대형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판박이 삼총사가 나타났다. 바로 '안전수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작업'과 '화재가 쉽게 확대될 수 있는 건축구조', '소방시설 미작동과 피난구의 장애'다.



도심의 건축구조는 대형화, 고층화, 조밀화, 복잡화되어 재난에 매우 취약한 형태로 변모했다. 다중이용시설을 가만히 살펴보면, 더 많은 영업장과 복잡한 구조, 법정 기준에 딱 맞춘 최소한의 안전시설, 이윤 창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거기에 관계인의 부도덕과 비양심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건축법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공공복리의 증진을 꾀하려는 규정이지만 법 제정의 최우선 목적이었던 안전사항이 건물주와 관계인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용도와 구조를 불법으로 변경하고, 비상구와 피난계단 등 주요 대피공간이 마치 창고라도 되는 듯 물건을 쌓아두고 폐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피해자의 역할만 남아있는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반격을 가할 무기가 있다. 바로 공익신고제도다.

'대전시 소방시설 폐쇄 등 불법행위신고 포상 조례'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범위와 포상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이 신고 대상이며, 주요 불법행위로는 소방시설의 유지관리 부실과 폐쇄, 차단 등의 행위와 건축물의 복도, 계단, 출입구를 폐쇄, 훼손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 방화문의 기능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교적 관련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는 소방시설 등의 유지 작동에 대한 불법행위와 달리, 건물의 비상구와 방화문 등에 행해지는 물건을 쌓아두거나 폐쇄하는 등의 불법행위들은 이용객들에 의해 쉽게 구분될 수 있고 판단도 쉽다.

이제 우리가 이용하는 현실의 다중이용시설로 눈을 돌려보자. 화려하게 꾸며진 주출입구와 매번 이용하던 엘리베이터가 아닌 측면의 비상구와 방화문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평소에 눈길 한번 주지 못했던 피난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내려오는 감시의 발걸음을 떼어보는 것은 어떤가?

재난 발생 시 생명의 길이 될 통로에 혹시 불법이 판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업주의 탐욕이 쌓아 올린 장애물을 볼 수도 있겠다. 응당 열려야 할 방화문이 아예 잠겨 있을 수도 있다.

이제 당당하게 지적하자. 나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위법에 날카로운 칼끝을 겨누자. 그 통로가 우리 모두를 살려낼 생명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대의 공익신고 '인재의 판박이 삼총사'를 단칼에 날려버릴 위대한 행위가 될 테니.
이정수 대전서부소방서 지방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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