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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해서 전화 상담을 세 명을 했습니다. 모두 우울을 깔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상황에 따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요.
첫 번째 상담은 스물다섯 살 먹은 딸의 아버지, 전문대를 졸업한 자식이 꿈도 없고 아르바이트조차 안하여 취직 압박을 했더니 죽겠다고 해서 속상해 죽겠다는 것, 또 한 사람은 서른 살 여자. 지금 나라에서 나오는 돈 가지고 생활하며 직장을 구하는 중인데 취직한 친구가 주변에 있어 밉고 화가 나서 죽겠다는 것. 다른 한 사람은 대학을 나와서 놀다가 평생교육원에서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는데 엄마의 잔소리가 싫고 엄마가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도 싫어서 죽고 싶다는 것. 셋의 공통점은 꿈이 없는 청년들의 고통입니다.
교류분석을 만든 심리학자 에릭번은 '인생각본'이란 독특한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각자가 자신의 인생 각본을 스스로 만들어 살아간다는 이론이지요. 그가 말한 인생각본이란 '사람은 각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썼던 초기 각본을 재연하면서 거기에 살을 붙이면서 완성해 간다. 라는 것인데요, 그럼 초기 각본이란 어떤 것일까요?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엄마가 "너 낳을 때 엄마가 아파서 죽을 뻔했어." 라는 소리를 듣고 짜인 초기 각본은 '나는 엄마를 죽일 뻔한 나쁜 사람이다.' 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아빠나 할머니께서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초기 각본을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아이는 몸이 약해요."라는 것에 "나는 건강하게 살 수 없을 거야. 일찍 죽을 수도 있어." 라는 각본을 쓰게 되고 어두운 곳에서 큰 공포를 느꼈거나 길을 잃었을 때는 그런 상황에서 그 때의 공포를 자기 각본으로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각본을 썼더라도 성인이 되면서 사라지기 마련인데요, 어린자아로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화 상담한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 힘든 각본이 강하게 남아 있어 꿈을 발굴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 꿈이 없는 청년들이 걱정이 됩니다.
청년들 뿐 아니라 누구나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꿈을 갖고 서로 보듬어 주고 끌어안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자기 말만 하지 말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꿈을 갖고 싶은 마음까지 읽어주면 더 좋겠습니다.
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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