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는 이날 중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매우 엄중한 정국 속에 개인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게 결례고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무죄판결로 정치적으로 해금(解禁)된 그는 올해 초부터 차기총선 출마 지역구를 언제쯤 밝힐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이 잦아지자 "찬 바람이 불 때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일촉즉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등 정국이 시계제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찬 바람'에서 '매서운 바람'으로 수사를 바꾼 것은 출마지 발표시점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종전과 (출마 지역구 선택과 관련한) 기조는 변함은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서서히 정리가 돼 가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여운을 남겼다.
당초 그는 충남 천안갑과 홍성예산, 대전서을, 세종시 등 충청권 4곳에서 출마권유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들어 선택지를 좁혔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가 수개월 동안 이어진 잠행을 깨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얼마 전 천안에서 열린 한국당 이창수 천안병 당협위원장 출판기념회 직후 이 전 총리는 당 안팎의 인사와 비밀회동을 가진 것이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전용학 전 국회의원과 전·현직 도의원, 지역 당협위원장 등 10여 명이 참석 정국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엔 자신의 고향이며 예전 국회의원 15~16대 국회 자신의 지역구였던 홍성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금강벨트 곳곳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자신의 총선 역할론을 정립해가는 과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단순히 자신의 1승을 통해 원내 재진입을 노리는 것을 넘어 2017년 조기대선, 2018년 지방선거 2연패로 지리멸렬하고 있는 충청 보수세력을 규합하는 것은 물론 지역 정가의 좌장이라는 프레임을 부각하면서 '포스트 총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파문으로 낙마한 이후 충청대망론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가 마뜩잖은 상황에서 이 전 총리의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충청권 모 중진의원은 얼마전 중도일보와 만나 사견을 전제로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 정치권을 하나로 규합할 정치인이 안 보이는 데 이 전 총리 정도라면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촌평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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