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가을이 저만치 달아난다. 오색 빛깔의 화려한 나뭇잎이 떨어져 내려왔다. 한순간이다. 백일몽을 꾼 걸까. 텅 빈 하늘이 가슴으로 가득 들어온다. 골이 깊게 파인 굴참나무가 늠름하다.내년 2월을 기다리자. 남쪽 바다 멀리서 미풍이 불면 다시, 생명이 움튼다. 바람에 가랑잎이 두런거린다. 기름기라곤 하나도 없는 고생대 시조새 뼈인 줄 알았다. 서걱서걱. 참나무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의 욕망과 미련이 못내 싫어진다. 가랑잎을 지그시 밟는다. 부지직.
나무처럼 살다 가고 싶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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