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
몇 년 전부터 직장 내 '회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2030 직장인 79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회식에 대해 조사했는데, 전시회나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 회식'이라는 응답이 23%로 1위를 차지했다. 마사지나 테라피 같은 '힐링 회식'을 응답한 비율은 21%로 2위, 볼링이나 당구 같은 '레포츠 회식'은 16%로 3위였다. 회식의 형태도 달라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맛집 탐방'과 '음주 없는 간단한 저녁'이 좋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6%였다. 반면, 술자리 회식을 원하는 비율은 10명 중 한 명(9.9%)에 그쳤다. 주 52시간제 확산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식을 거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근로자로서 정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술이 주체가 되는 회식은 이제 '단합의 상징'이 아닌 게 돼버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이미 술 회식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점심시간에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썰며 와인을 마시고, 간단한 저녁 식사 후 전신마사지 받는 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조직 내 불어오는 신개념의 회식 문화가 40대 중반을 코앞에 둔 입장에서 조금은 씁쓸하다. 옛날 사람의 구시대적 가치관일 수도 있겠다. 술을 좋아하지도, 술자리를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삭막해져 가는 조직의 분위기가 아쉬울 따름이다. 회식의 종류나 형태의 신박함보다 더 중요한 건 함께하는 이들과의 정서적 교류일 것이다. 선배의 고충을 공감하고, 동료의 어려움에 격려를 아끼지 않고, 후배의 고민을 헤아려주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래본다. 연말이면 더욱 진해지는 남편의 체취는 곧 온 집안을 가득 메울 것이다. 사람과의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의 개똥철학이 사랑스러운 '회식의 계절'이 왔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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