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원을 지역 화폐에 충전한다. 3만원이 거저 들어온다. 명절 때 같은 금액을 넣으면 5만원이 더 들어온다. 50만원이다. 평소 6%, 명절 땐 10% 할인율이 적용된 예시다. 바로 대덕구에서 최초 시행한 지역화폐인 대덕e로움카드 얘기다. 신용카드와 견줄 만큼 혜택 폭이 크다. 대덕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올 7월 발행을 시작으로 내년 300억원 목표를 세웠으니 그 숫자가 놀랍다.
대표적 성공적 케이스다. 혜택과 지역 사랑이란 마음이 맞물리면 신용카드를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겠다. 대덕e로움이 성공을 거두자 대전시가 나섰다. 내년 7월부터 2500억원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암초에 부딪힌다. 조례 제정에서 시의회에 막혔다. 조례가 유보됐다. 상황은 이렇다. 대덕구 지역 화폐가 뿌리내리기 전에 시에서 5개 구 전역 추진하는 점이 시기상조라고 했다. 지역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다.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에서 국비 4%를 시와 구 모두에게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덕구도 자신들이 잘되니 시에서 추진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라는 지적이다.
시는 조례가 유보된 지 2달여 만에 합의점을 이뤄냈다. 다음달 13일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협의 내용은 이렇다. 대전시장이 지역 화폐 유통 활성화를 위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조항에 명시했다. 지역 간 균형문제 해소를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대덕e로움카드를 대덕구에 그치지 않고 서구·유성구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시와 구 간의 불협화음도 할인율 조정으로 매듭지었다. 대덕구가 사용할 때 대전시에서 국비 4%에 시비 1~2%를 지원한다. 여기에 구청장에게 1~2%가량을 자율적 권한을 부여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도모한다.
우여곡절이 길었다. 남은 건 어떻게 운영하는가다. 대덕e로움 성과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면 기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당초 취지에 걸맞아야 한다. 저렴하게 물품을 사서 되파는 카드깡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안 된다. 대덕e로움카드는 대덕구에서만 쓸 수 있기에 감시와 견제가 가능했다. 하나의 구에 한정됐으니 말이다. 이번 대전시 지역 화폐는 스케일이 다르다. 대전시 전체다. 프렌차이즈 식당처럼 너도나도 뛰어들어 기존 대덕e로움카드를 먹칠해선 안 된다. 지역에서 돈이 돌아야 지역경제가 산다. 일반 시민이 생각할 때 신용카드보다 혜택 면에서 크게 좋아 보일지 모르겠다. 다만, 지역에서 쓰는 돈이 지역민에게 간다면 침체한 지역경제를 다시 살리는 돌파구가 되는 건 틀림없다. 시는 고민해야 한다. 5개 구 전역에 지역 화폐를 사용했을 때의 불상사를. 시의회에서 핏대 세우며 반대했던 목소리의 이유를.
<방원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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