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학부 이상문 차장 |
설익은 감처럼 아직은 떫은 맛이 나는 어설픈 상황이라면 단기간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하게 추진해 맛있는 홍시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 프로축구단이 기업구단으로 전환된다. 대전시와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일 '대전시티즌 투자유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협상의 첫 관문을 넘었다.
아직 구체적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성적 부진과 갖은 잡음, 만성적자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천덕꾸러기가 시민 사랑을 받는 명문구단으로 발돋음 할 수 있는 전환기를 맞았다.
허태정 대전시장으로서도 기업구단화가 되면 큰 업적으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시장들이 대전시티즌 혁신에 노력했지만, 누구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이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허 시장은 지난달 2일 전격적으로 대전시티즌 기업구단화를 발표했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나서야 MOU를 체결했다. 그동안 인수 기업이 베일에 쌓이면서 이와 관련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협상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하나금융그룹의 요청으로 정작 궁금한 인수 기업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수많은 억측들이 쏟아졌다.
시민이 주인인 대전 시티즌의 운영권을 기업에 주는 것인 만큼 협상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형평성이 중요하다.
협상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모든 과정을 공개할 수는 없을 수 있다. 상대가 누군지도 공개할 수 없다면 최종 결과물이 나온 후 공개하는 게 맞다.
허 시장이 첫 발언 후 언론 보도에 '매각'이라는 표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전시티즌 기업구단화에 공을 들인 것 같다. 역대 시장들이 못한 일이기 때문에 이슈가 단발로 끝나기 아쉬웠을 수도 있다. 인기를 노린 이슈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상대가 하나금융그룹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 금융 그룹 산하 KEB하나은행이 시 금고로, 향후 금고 지정에서 대전 시티즌이 볼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해소할 명확한 장치가 필요하다.
더욱이 대전시티즌은 만성 적자 구단이다. 하나은행이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설 사용이나 행정지원 등 실제 협상에서 대전시가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다.
'기업구단화'라는 열매가 설익지 않으려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협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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