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의 가치를 소유의 잣대로만 재는 현대의 도시는 대성당의 십자가보다도 더 높은 빌딩을 세우면서 신성함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 인간의 삶에서 드러나는 외로움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신성한 곳을 수많은 사람의 영혼들이 요청하는 듯 하다. 더 많은 사람과 연락하며 사는 현대인들은 정작 속내를 드러낼 깊은 신비가 일어나는 영혼이 쉬는 신성한 곳을 지니지 못한 채 살고 있다. 1884년 미국 워싱턴시에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한 168m의 탑이 세워졌는데, 그 탑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정해졌다고 한다. 어쩌면 워싱턴시의 신성함이 이 탑으로 인하여 존재하는 것 같다.
신성한 곳에 있으면 뭔가 선한 힘들이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슬픈 마음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아픈 상처가 치유되어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곳은 넓은 잔디밭이나 광장일 수도 있고 작지만 고요하게 기도하기 좋은 곳 그런 곳일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둘만의 애정이 인류애를 기반으로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그런 신성한 곳이 우리 도시에 존재하기를 기대해본다. 자신을 함부로 대한 경험이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이런 신성한 장소가 필요하다. 인간은 자신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게 만드는 신성한 곳을 향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지친 사람들에게 어쩌면 위안부 소녀상도 신성함을 느끼게 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식당가가 즐비한 건물의 위층에 자리잡은 개척교회 역시 신성함을 주기도 한다.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향해 물어본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중심부에 신성한 장소가 있을까? 있다면 어디일까? 우리는 그곳에서 땅에 사는 자신이 하늘과 연결되었다는 평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너무나 갈등이 심한 극단적인 우리나라에서 평화가 내려오는 그 신성함의 자리가 세워져 균형잡힌 인간의 삶이 존중되는 나라가 오기를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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