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내 맘 속 순례길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공감 톡] 내 맘 속 순례길

김소영/수필가

  • 승인 2019-11-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요즘 며칠 주말 야근까지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피곤이 쌓이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작업을 하다가 불평불만을 해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도 찡그린 얼굴로 조금만 막힘이 생기면 나와 같이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자 우린 웃음이 터졌다.

"만약 이 상황에서 우리가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면 참 최악이겠다. 그렇지?"

피곤이 누적되어 몸까지 아프고 정신이 몽롱해지자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졌다. 친절함을 유지하다가도 대하는 사람이 조금만 나와 맞지 않으면 쌀쌀한 태도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극한 상황이 되면 이렇게 달라지는 걸까?



극한 상황이라는 것은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의 철학에서 나온 용어로, 자신이 변화시키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직면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인간이 영향을 주어 변화시킬 수 있지만, 죽음, 고통 등 인간의 존재를 한정 짓는 궁극적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이것을 극한 상황 또는 한계 상황이라고 한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이처럼 인간을 고독과 절망으로 억누르는 극한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맞부딪치면서 존재 자체에 대한 각성을 이루고 사랑과 초월자에 대한 신앙을 갖게 될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긴 여정에서 오는 육체와 정신적인 고단함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극한 상황이 되면 숨겨져 있던 온갖 모순들을 쏟아내게 되어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사실 이번 일을 통해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다. 그동안 명상과 인성교육을 통해 인성이 많이 갖추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많은 모자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어려움이 덜 해지기도, 더 해지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누구나 힘든 상황이 되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에서 나의 모자람을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법륜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화가 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자 스님을 이렇게 답을 하셨다.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다만 얼마나 빨리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우린 극한 상황에서는 화를 낼 수도 있지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알아보고 다시 본래의 평정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불평불만을 하고 있는 나를 얼른 알아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김소영/수필가

김소영 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