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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가을 바람에 괴롭게도 읊고 있건만 / 세상에는 알아 듣는 사람이 없어 / 깊은 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 등불 아랜 만리 먼 길 외로운 마음'
엊그제 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깊은 밤에 지인의 문자를 받았다. 시사 프로를 집중해서 보느라 늦게야 확인했다. 뜻밖의 소식이어서 반가웠다. 사람과의 관계에 서툰 나는 종국엔 친구를 많이 잃는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정인지라 그것이 상대에게 불편함으로 전해지는 모양이다. 오랫동안 만나던, 내가 좋아하던 친구도 7~8년 못만났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최치원은 신라 사람으로 당대의 문장가였다. 천재 소리 듣는 사람이었지만 본인 맘처럼 세상이 돌아가지 않았나보다. 당나라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과 어지러운 고국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울분으로 결국 가야산에 칩거했다. 가을비는 외롭다. 늦은 밤 대지에 떨어지는 소리와 창을 때리는 고즈넉함. 잠못 드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등불 아랜 만리 먼 길 외로운 마음'. 밤이 깊어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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