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승인 2019-11-19 17:24
  • 수정 2019-11-25 08:46
  • 신문게재 2019-11-20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일보 이해미
저는 지금 이탈리아 로마에 와 있습니다. 한국에서 12시 50분을 날아와 보니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온 듯 합니다.

마치 타임슬립을 한 기분입니다. 현재에서 과거로 이곳에 있는 우리만큼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예술과 정치, 철학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옛 로마에 온 것 같습니다. 도심에 즐비한 유적지는 이질감 없이 도시의 주인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완벽한 돔 형태의 두오모 성당, 르네상스 회화의 중심이자 메디치 가문이 남긴 보물 우피치 미술관, 아르노강 위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 모든 신을 위해 지어진 판테온,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도록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트레비 분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했던 스페인 광장, 용맹한 전사들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콜로세움, 고대 로마인들의 신전과 공회당이 있는 포로 로마노, 8억 명 가톨릭 신자들의 중심 바티칸 시국까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관광지를 모두 돌았는데도, 아직도 가볼 곳과 맛볼 것들이 넘치는 걸 보면 역시 로마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한한 매력으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수 천 년 전 손길로 지은 건물을 마주 할 때면 이게 현실인가 하는 착각과 함께 소름이 돋습니다. 골목골목 사이, 이름 모를 청동 동상, 작은 공원, 수 천개의 돌바닥 장식까지도 무언가 의미가 있는 듯해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이탈리아 속 또 다른 국가 바티칸 시국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무는 이곳은 기독교인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곳이죠. 하지만 저에겐 앞으로 '바티칸' 하면 '미켈란젤로'가 떠오를 겁니다. 피에타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인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심지어 근위병들의 옷까지 미켈란젤로가 없었다면 지금의 바티칸 시국의 영광은 어쩌면 50%는 감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저만의 생각이지만요.

2주 뒤면 바티칸에서 미래의 나에게로 보낸 편지가 도착합니다.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평범한 나에게로 보내는 편지를 볼 때마다 로마가 생각날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내 앞에 서 있는 것이 판테온일지언정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이곳에 묻혀 있는지, 본래 습지 지반이었다든지, 원형 홀이 반구 지름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알 길이 없는 거겠죠.

또 바티칸 성화들이 담고 있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변천사와 교황의 업적, 가톨릭의 역사적 변곡점이 맞닿아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만 여행을 떠납니다. 떠나는 순간, 그게 무엇이든 나만의 사전에 기록되어 조금은 세상을 보는 마음과 생각의 눈이 커지는 듯 합니다. 알게 되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 저는 믿습니다.

옛 로마인들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모든 길은 로마에 온 지금의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이해미 교육문화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3.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4.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5.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