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타임슬립을 한 기분입니다. 현재에서 과거로 이곳에 있는 우리만큼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예술과 정치, 철학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옛 로마에 온 것 같습니다. 도심에 즐비한 유적지는 이질감 없이 도시의 주인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완벽한 돔 형태의 두오모 성당, 르네상스 회화의 중심이자 메디치 가문이 남긴 보물 우피치 미술관, 아르노강 위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 모든 신을 위해 지어진 판테온,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도록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트레비 분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했던 스페인 광장, 용맹한 전사들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콜로세움, 고대 로마인들의 신전과 공회당이 있는 포로 로마노, 8억 명 가톨릭 신자들의 중심 바티칸 시국까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관광지를 모두 돌았는데도, 아직도 가볼 곳과 맛볼 것들이 넘치는 걸 보면 역시 로마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한한 매력으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수 천 년 전 손길로 지은 건물을 마주 할 때면 이게 현실인가 하는 착각과 함께 소름이 돋습니다. 골목골목 사이, 이름 모를 청동 동상, 작은 공원, 수 천개의 돌바닥 장식까지도 무언가 의미가 있는 듯해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이탈리아 속 또 다른 국가 바티칸 시국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머무는 이곳은 기독교인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곳이죠. 하지만 저에겐 앞으로 '바티칸' 하면 '미켈란젤로'가 떠오를 겁니다. 피에타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인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심지어 근위병들의 옷까지 미켈란젤로가 없었다면 지금의 바티칸 시국의 영광은 어쩌면 50%는 감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저만의 생각이지만요.
2주 뒤면 바티칸에서 미래의 나에게로 보낸 편지가 도착합니다.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평범한 나에게로 보내는 편지를 볼 때마다 로마가 생각날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내 앞에 서 있는 것이 판테온일지언정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이곳에 묻혀 있는지, 본래 습지 지반이었다든지, 원형 홀이 반구 지름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알 길이 없는 거겠죠.
또 바티칸 성화들이 담고 있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변천사와 교황의 업적, 가톨릭의 역사적 변곡점이 맞닿아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만 여행을 떠납니다. 떠나는 순간, 그게 무엇이든 나만의 사전에 기록되어 조금은 세상을 보는 마음과 생각의 눈이 커지는 듯 합니다. 알게 되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 저는 믿습니다.
옛 로마인들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모든 길은 로마에 온 지금의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이해미 교육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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