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세(勢)가 강한 호남과 수도권, 보수 야권이 센 영남과는 달리 특정 정파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호각지세인 충청권의 정치 지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이 다가올 수록 금강벨트에서도 인적 쇄신론이 거세질는지 아니면 현역 역할론이 우위를 점할지 지역 정가가 촉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초선 표창원(용인정), 이철희(비례), 이용득(비례) 의원 등이다. 전 의원으로는 서울 성동구에서 두 차례 배지를 단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 수도권 5선인 원혜영(부천오정) 의원과 3선 백재현 의원(광명갑)도 불출마를 고려 중이다.
자유한국당에선 영남 의원들의 불출마가 두드러진다. 3선 김세연(부산금정), 재선 김성찬(창원진해) 의원이 총선출마를 접었다. 대전 출신 초선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도 같은 의사를 피력했다.
이처럼 전국 각지가 지역구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시끌벅적 하지만 금강벨트는 유난히 조용하다. 지난해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7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찌감치 불출마를 피력한 이후 총선정국이 본격화 된 최근, 충청권 의원들의 용퇴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같은 이유를 거대 양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금강벨트의 특수한 정치 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리얼미터가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지난 11∼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1명 대상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피참조) 대전·세종·충청권에서 민주당 33.0%, 한국당 30.8%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이다.
양당 세력이 비등한 가운데 인지도와 조직력 측면에서 유리한 현역 의원의 불출마는 곧 상대 진영에 의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곳에선 '배지'가 아닌 다른 인물을 내세워도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순 있지만, 금강벨트에선 이같은 방정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충청권에서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이 이같은 상황을 걱정한 각 정당이 적극적으로 만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여당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른 경기·인천의 경우 민주당 44.9%로 한국당 25.3%를 20%p 가량 넉넉히 앞섰다. 한국당 지역구 의원 2명이 출마를 포기한 부산·울산·경남에선 한국당이 39.0%로 민주당(30.1%)을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 수록 충청권에서도 이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지만 특수한 정치 상황에 따른 현역 역할론이 더욱 부각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촌평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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