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일자리 정부를 표방해 왔지만, 고용 성적표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숫자상으로는 별로 나쁜 것 같지 않으나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한국 경제의 허리역할을 하는 40대 일자리가 줄어들고 늘어난 일자리의 많은 부분이 국가 재정을 풀어 만든 노인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핵심과제로 삼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역시 벽에 부딪혀 비정규직은 일 년 사이 86만7000명이나 폭증했다. 일자리 정책에 3년간 61조원을 퍼부은 것치고는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주 52시간제는 전통적인 산업화 시대에나 맞는 획일적인 노동시간 준수 제도로서 노동 형태가 다양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음에도,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여 생산 차질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형 원전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함에도, 원전을 담당하는 한전은 현 정부 출범 직전 2016년에 12조원 영업이익을 내었으나 올 상반기는 9285억 원이라는 적자를 냈다.
7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운용도 신통치 않아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10년 만에 첫 손실을 내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강남 아파트값 잡기 위해 17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는데도, 평당 아파트 값이 1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발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해고비용 116위, 고용 및 해고 유연성 102위, 노사협력 130위 등으로 노동시장 경직성이 국가경쟁력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주축이 된 강성 노조가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 약자 위에 군림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고, 촛불청구서를 내밀며 폭력 시위와 점거 농성을 되풀이하는 등 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우유부단하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과도한 노조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노동개혁을 밀어붙여 임금 근로 조건에 대한 노조 협상권 축소와 해고 요건 완화 등을 이루었다. 그 결과는 실업률의 하락과 프랑스 역사상 최고치의 정규직 비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 독일의 슈뢰더 총리도 과감한 노동개혁을 통해 당시 실업자가 500만에 이르는 등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던 독일을 '유럽의 엔진'으로 회생하여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로 만들었다. "리더라면 국익(國益)에 직책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 슈뢰더 총리의 사회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하였음에도,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과도한 노동조합의 기득권을 약화시키고, 시혜성 복지 지출을 감축하는 개혁을 단행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도 슈뢰더 총리나 마크롱 대통령처럼 과감하게 노동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노동개혁은 우리에게 절실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권력화된 노조가 대타협에 나서도록 설득하고, 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당(黨)이나 자파(自派) 이익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진정한 리더를 보고 싶다.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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