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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미디어창비
'그리고 나는 아들을 잃었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제 행복한 날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슬픔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왔다. 아들을 잃고, 시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한다. 그는 자신의 아픔이 주위에 옮아가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사람들이 곧 자신에게 닥친 크나큰 불행을 잊으리라 마음을 걸어 잠근다. 누구보다 자신의 울음에 공감해주리라 믿었던 가까운 이에게조차 때로는 온전히 속내를 내보일 수 없었다.
그럴 때 무너지지 않도록 그를 지켜준 것은 아들과 보낸 시간들이었다. 주위에서는 아들의 흔적을 잊을 수 있도록 이사를 권하지만, 그는 아들과 함께 잠들던 방과 함께 거닐던 길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었'으며 그래서 '행복 대신 보람이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애써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고 살아가리라 결심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비극에 지지 않고, 아들을 애도한다.
자신의 아픔에만 골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책의 내용을 더욱 사무치게 한다. 아내와 가족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삶 속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성찰을 담담히 나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성실한 한평생을 존경의 마음을 담아 회고하고 짜증내는 타인에 대처하는 법을 조언하기도 한다. 삶을 귀하게 대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시인이 안간힘을 다해 내민 새끼손가락 같은 책에 마음을 마주 거는 것은, 독자가 건넬 수 있는 묵묵한 위로일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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