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전규 차장 |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의 시행은 시기적으로 이른 느낌도 있다. 중소기업이 전체기업 수 대비 약 99%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기업생태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이외에도 최근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며, 대기업을 선호하는 요즘 청년들로 인해 구인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 측면에선 반갑지 않은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에 대비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소기업은 시행유예와 유연근무제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주 52시간 도입을 앞두고 최근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조사'를 한 결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준비 상태에 대해 '준비 중'이 58.4%, '준비할 여건이 안됨'이 7.4%였다. 더욱이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연말까지 준비완료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시간 불충분'이 51.7%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58.4%가 주 52시간 시행시기 유예가 필요하다고 했고, 시행 유예 필요 기간으로는 1년이 52.7%로 가장 많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에 대비를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시행 중인 대·중견기업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집중근로, 돌발상황, 제품 연구개발'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300인 이상 기업 21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적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1.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정착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8.5%였다.
제도에 적응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근로시간 유연성이 없다', '근로시간이 빠듯하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시기에 근무가 집중되는 건설업이나 호텔업에서 집중 근로를 할 수 없고, 생산라인 고장이나 긴급 AS 등 돌발상황에 대응하기도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근무체계 효율화 등을 바탕으로 주 52시간제가 정착돼가는 추세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한다거나 부족한 근로시간으로 자칫 경쟁력을 잃을까 불안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경제계는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기에 앞서, 유연근로제도를 보완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인력·자원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는 만큼 정부에서 안전장치를 사전에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전규 경제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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