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어느날 즐겨보는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으로 이 말이 나오길래 생각했다. "응? 갑자기 웬 커피얘기?"
여기서 말하는 '라떼'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에스프레소(Caffe)와 우유(Latte)를 결합한 커피의 종류 '카페라떼'가 아니다. 이 말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30~50대 기성세대, 이른바 '꼰대'들의 지적이나 충고 등을 코믹하게 비틀어 표현한 10~20대 젊은 층들의 신조어다.
'라떼는 말이야~'의 진짜 뜻을 알고 그 기발함이 너무 웃겨 감탄이 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역시 꼰대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괜시리 찔리기도 했다.
세대가 변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개성있던 이른바 'X세대'(현재 30대 중반~40대)들은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꼰대'가 됐다. 신인류로 평가 받으며 어른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후배나 젊은 층들에게 고리타분한 옛날 소리나 남발하는 '라떼 마니아'가 돼버린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과거엔 몰랐다. 늘 젊고 반짝반짝할 줄 알았건만 어느새 기성세대란 범주에 포함돼 불리우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주변의 친구, 선배들과 이야기하다보면 후배들과의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후배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싶지만 부담을 느낄까 우려스럽고,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자칫 '꼰대'처럼 비쳐질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종의 '꼰대 기피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같다.
지난 9월 영국의 BBC방송이 페이스북에 직장내 세대 차이를 상징하는 단어인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선정했다. BBC는 '꼰대'를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많은 사람'이라도 설명하며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긴다'는 해설을 달았다.
이어 "이런 사람을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세계 각국의 누리꾼들이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며 줄줄이 댓글을 달았다. 거론된 이들은 직장 상사, 자신의 남편, 시어머니 등등 대상도 다양했다. 한국의 고유문화처럼 느껴졌던 '꼰대 문화'가 외국에서도 공감을 얻는다는 사실에 일말의 안도감도 느껴진다.
다소 억압적인 상하관계처럼 느껴졌던 꼰대 문화가 개그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일상화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어른이나 선배들의 말은 무조건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여길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탈 꼰대 문화'가 자칫 선후배간의 건강한 교류마저 사라지게 만들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서로의 '틀림'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회사를 떠나 인생의 선후배로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다 보면 달콤한 '라떼'처럼 선후배간의 관계도 한결 부드러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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