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김범수의 '하루'

  • 문화
  • 문화/출판

[나의 노래] 김범수의 '하루'

  • 승인 2019-11-11 10:06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사랑
가을이 짙어간다. 코발트빛 하늘은 눈부시고 호수는 더욱 깊어진다. 불타오르는 단풍은 차마 보기가 가슴이 떨린다. 은행잎은 포스터물감으로 물들인 듯 샛노랗다. 이렇게 가을이 또 가는 것인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언제 가는지 모르겠구나. 다음 가을도 이렇게 가슴 아플까. 보문산에서 맘껏 가을의 정취에 취했다. 종아리는 탄탄해지고 머릿속의 잡념을 말끔히 씻어 내려 걷고 또 걸었다. 보잘것 없는 세상사 멀리 치우자.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은 플라타너스 길에 천진한 아이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비탈길을 내려가는데 음악 소리가 들렸다. 식당에서 들리는 노래는 김범수의 '하루'였다. 오랜만에 듣는 노래에 난 그만 발길을 멈췄다. '사랑이 날 또 아프게 해요 사라이 날 울게 하네요~'. 가던 길을 멈추고 난 노래를 듣기 위해 길가 텃밭에 심어져 있는 애먼 깻잎을 만지작거렸다. 역시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그게 가수다운 것이다.

이 노래가 2천년대 초에 나왔던가. 그 당시 내 친구는 이 노래를 늘 흥얼거렸다. 그 친구는 좋아하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좋아한다는 표현도 못하고 끙끙거리다가 어느새 그 남자는 친구의 친구와 결혼한다는 얘길 들었던 차였다.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친구도 잃고 남자도 잃는 비참한 현실. 하루하루 방황 속에서 친구는 밤마다 나에게 전화해 넋두리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나 또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김범수의 '하루'가 가슴을 후벼 판다. 사랑의 온도는, 사랑의 색깔은 다 같은 것인가. 그래서 노래에서 위안을 받는다. 노래 부르는 가수와 듣는 이의 공감. 이것이 노래의 힘이다. '사랑은 꿈을 때듯 허무하네요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네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