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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지음│문학동네
무명 시인인 '나'는 자신이 발표한 시를 교묘하게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 포스팅하는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점차 블로그 주인인 그녀(성별도 단정할 수는 없다)에게 빠져든다. 블로그에는 급기야 자신이 쓰지도 않은 시가 자신의 이름으로 올라오는데, '나'는 그 시들이 자신이 쓴 시보다 더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이름이 붙은 시이므로 자신의 시라는 자기합리화로 그 시들을 문예지에 발표하고 문단의 찬사까지 받는다. 그러던 중 블로그의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계속해서 문단의 기대에 걸맞은 시를 발표해야 하는 '나'는 조급함과 두려움에 빠져 그녀에게 연락을 시도하게 된다.
이장욱의 신작 소설집 표제작 속 '나'는 그녀를 구성하는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에 집요할 정도로 매달렸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3월(March)'보다 '4월(April)'이 앞서 있는 알쏭달쏭한 제목처럼 이미 세상에 나온 시나 글에 주인이란 있는 것인지, 나아가 정해진 공식이나 예정된 방향으로는 진행되지 않는 삶을 예측하기란 가능한 일인지 몽롱한 꿈을 꾸는 듯한 보르헤스적 환상성으로 날카롭게 되묻는다. 작가는 책에 담긴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이율배반의 세계 자체와 시간의 흐름, 선과 악의 구분까지 허물어뜨린다. 어딘가 단단히 비틀려버린 세상과 그 틈에서 최소한의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세련되고 날렵한 언어로 펼쳐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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