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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지음│반비
공원은 비어있기에 변신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노인들이 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공원을 이용하면서도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 공원의 가치는 당장의 실용이 아닌 손에 잡히지 않는 여유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생기거나 사라져야만 비로소 공원의 존재와 그 소중함을 느낀다. 서울숲이나 올림픽공원 같은 대형공원도 중요하지만 동네 곳곳에 자리 잡은 작은 공원은 도심 속에 유휴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도심 속 작은 공원들 중 많은 곳이 사유지로,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일몰제(이하 일몰제)'가 시행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일몰제는 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지정 해제되는 제도다. 예산집행에서 철도나 학교 같은 도시 시설보다 후순위로 밀렸던 탓에 완전한 공원이 되지 못하고 일몰제를 맞을 공간이 전국 4421곳에 달한다.
책 『공원 사수 대작전』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마을마당'이라는 공원을 시민들이 2010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지켜낸 과정을 담았다. 황두진이라는 한 건축가 개인이 쓴 기록이지만 공사모(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의 기록이고 나아가 한국 사회의 기록이기도 하다. 경찰과 청와대를 상대로 한 어려운 싸움은 마침 당시 한창이던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응원과 도움도 받았다.
공원의 존재를 위협하는 건 허약한 법적 지위와 '개발을 기다리는 땅'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결국 이 공원뿐만 아니라 모든 공원을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2020년이 되면 공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훨씬 더 거세질 것이다. '통의동 마을마당 사수 대작전'은 그 전에 이뤄져야 할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문제의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의 과정에 참조점 역할을 할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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