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얼마 전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예산 삭감 주장은 일방적 폭력으로 규정한다"고 자유한국당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세종시 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모두 한국당 아니었는가"며 "표가 안 되는 지역 예산은 삭감하고, 표가 되는 지역 예산만 챙기겠다는 것은 '유표유전, 무표무전', 지역 갈라치기, 권력남용이고 오만"이라고 힐난했다.
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세종의사당 설치를 '100대 문제사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설계비 10억원에 대한 삭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여당의 선공을 화들짝 놀란 한국당도 곧 반격을 시작했다. 이장우(대전)·송아영(세종)·김태흠(충남)·정우택(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당 위원장이 공동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은 사실을 곡해하며 생트집을 잡고 있으니,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라고 쏘아 부쳤다.
그러면서 "국회 분원 설치 관련 법률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에서 3년 넘게 처리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고 않고 있다"며 "민주당 당 대표가 발의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인 국회운영위에서 충청민의 애간장만 태우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여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여야가 이처럼 서로에 핏대를 세우면서도 정작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세종의사당법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 조차 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국회 분원 설치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여야 모두 이를 총선용으로 이용하려 든다는 오해를 불러오고 있는 대목이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명분은 차고 넘친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촉진이라는 대의(大義)까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정효율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서울 출장비용이 1년 40~50억 원에 달한다. '길과장', '길국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국가정책 품질향상을 고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길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정치권이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해 머뭇거리는 것은 이같은 국정 비효율을 그대로 방치 해도 좋다는 말인가.
여야는 14년 전인 2005년 3월 세종시 태동을 위한 법적 근거인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합의해 처리했다. 당시 여야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58, 반대 13, 기권 6명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너끈히 넘었다. 정치권이 세종시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상징으로 공식 인정한 셈이다.
2017년 제19 대통령 선거 때에는 여야 5당 후보가 모두 세종의사당 설치를 약속했다. 이제 정치권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총선 때 표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으로 정략적으로 세종의사당을 이용하려 한다면 5개월 뒤 충청권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얼마전 국회 심포지움에서 "세종의사당을 2025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정기국회에서 세종의사당법을 합의 처리하고 2022년 5월까지인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착공토록 중지를 모으는 것이 여야가 이제부터 할 일이다. 지금도 늦었다.
<강제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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