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
지난달 31일 국립대 불법촬영 사건이 밝혀지고 난 뒤 선배들로부터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다. 불법촬영을 저질렀던 연구인력은 3개월간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약직 인력이었지만, 그 대학에서 수학하며 수년에 걸쳐 150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대학은 곧 바로 계약해지 조치를 취했다.
문제의 연구인력이 근무했던 건물은 간 적이 없지만, 그가 오랜 시간 학교에서 생활했던 것을 고려하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니겠지' 생각하면서도 막연한 불안함에 기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전엔 비교적 한산했던 기자실이 오후가 되니 북적였다. 누가, 언제, 어디서 찍었으며 학교의 대응은 어떤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지만 '나도 찍혔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4일은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희롱을 저질렀던 학우가 A학과 학회장에 당선이 됐다며 당선 무효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올라왔다. 대자보에 학우들을 대상으로 외모 품평과 성희롱을 일삼았던 학생이 한 학과를 대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A학과 학생들은 공감하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으며, 학생회 임원들은 정확한 사태 파악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그 학생은 사퇴를 했다.
지난 5월에도 대학생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로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을 욕되게 하는 모습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한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주동했던 사건이라 더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학교는 가해자들을 조사한 후 정학 처분을 내렸다.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캠퍼스 내에서 벌어졌다는 것과 피해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성범죄가 발생하면 일부 사람들은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옷차림이 문란하니까 그렇지"라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탓한다. 하지만 성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탓하기 전에 가해자의 범죄 행위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 카메라 렌즈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옆 칸에 성범죄자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불법촬영이나 성희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타인이 어떤 옷차림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일말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네가 옷을 야하게 입었네"라고 돌을 던질 일이 아니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캠퍼스 내 성범죄가 하루 빨리 뿌리뽑히기를 바란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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