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피해자는 죄가 없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피해자는 죄가 없다

  • 승인 2019-11-06 08:13
  • 신문게재 2019-11-06 22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김유진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너 그 학교 건물 어디 돌아다녔어?"

지난달 31일 국립대 불법촬영 사건이 밝혀지고 난 뒤 선배들로부터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다. 불법촬영을 저질렀던 연구인력은 3개월간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약직 인력이었지만, 그 대학에서 수학하며 수년에 걸쳐 150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대학은 곧 바로 계약해지 조치를 취했다.

문제의 연구인력이 근무했던 건물은 간 적이 없지만, 그가 오랜 시간 학교에서 생활했던 것을 고려하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니겠지' 생각하면서도 막연한 불안함에 기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전엔 비교적 한산했던 기자실이 오후가 되니 북적였다. 누가, 언제, 어디서 찍었으며 학교의 대응은 어떤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지만 '나도 찍혔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4일은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희롱을 저질렀던 학우가 A학과 학회장에 당선이 됐다며 당선 무효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올라왔다. 대자보에 학우들을 대상으로 외모 품평과 성희롱을 일삼았던 학생이 한 학과를 대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A학과 학생들은 공감하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으며, 학생회 임원들은 정확한 사태 파악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그 학생은 사퇴를 했다.



지난 5월에도 대학생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로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을 욕되게 하는 모습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한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주동했던 사건이라 더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학교는 가해자들을 조사한 후 정학 처분을 내렸다.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캠퍼스 내에서 벌어졌다는 것과 피해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성범죄가 발생하면 일부 사람들은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옷차림이 문란하니까 그렇지"라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탓한다. 하지만 성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탓하기 전에 가해자의 범죄 행위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 카메라 렌즈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옆 칸에 성범죄자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불법촬영이나 성희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타인이 어떤 옷차림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일말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네가 옷을 야하게 입었네"라고 돌을 던질 일이 아니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캠퍼스 내 성범죄가 하루 빨리 뿌리뽑히기를 바란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3.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4.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5.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