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자유한국당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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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자유한국당 어디로 가고 있나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9-11-04 08:1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의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잠시 답변을 망설였다. “잘못한 것이 없느냐"는 채근에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정말 우선순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서였을까.

이런 질문의 요체를 자유한국당에 대입하면, 어떤 답변이 나올까. 요즘 자유한국당이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고,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그걸 따져보는 당 전략과 정책의 피드백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열차게 하겠다던 단식투쟁도 슬그머니 간헐적 단신으로 전환, 삭발투쟁도 슬그머니 중단. 이런 꼴 사나운 모습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진정성을 내보일 수 있단 말인가. 조국 청문회 팀에게 표창장 수여와 공천 가산점 운운하다가 된서리를 맞는 것은 예정된 귀결이다. 성난 민심이 조국 사퇴를 결정짓는 최대 공헌자다. 이런 민심을 간과한 자유한국당의 자화자찬은 도를 넘었다. 이때부터 왠지 모르게 당이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그런 불편한 예감이 들었다.

갈 길은 먼데, 작은 성취에 취해 민심은 수시로 변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었는가. 아니나 다를까 외부영입 인사가 공개되자, 발표 시기와 인물에 대한 적실성 여부로 당내가 또다시 시끄럽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당이 큰 틀에서 움직이려는 전략의 부실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 당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실망과 비판이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유한국당이 망해야 보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험한 지적도 나온다. 정당의 방향타 상실은 리더십 부재에서 기인한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자유한국당이 제도권 내외의 흐트러진 보수우파 진영을 통합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열한 전쟁을 치를 비상한 각오와 의지는 있는 것일까.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는 데,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복은 야당을 잘 만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을까. 곱씹어볼 만한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불출마 선언을 한 용기있는 의원들도 나왔지만, 자유한국당의 현실은 어떤가. 그러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수구 웰빙정당, 귀족정당 등 저급한 비난을 받는 것이다. 소속 의원들이 국가와 당 보다 자신의 입지와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에 이런 비난을 받는 것이다. 탄핵으로 정권까지 내준 처지임에도 뼈를 깎는 고뇌와 결단이 안 보인다.

그런 와중에 당 공식 유튜브 영상에 황 대표가 색소폰을 들고 나타났다. 마치 미래의 대선후보로서 유화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선거 전략적 선택이라면 할 말이 없다. 보수진영에선 우후죽순 격으로 단체들이 출몰하고 이들의 유튜브 활동은 진보진영을 이미 앞질렀다. 제도권 바깥에서의 보수진영이 거대 야당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탓에, 단순하게 반문연대 슬로건만으로는 흩어진 보수진영을 대통합하기가 쉽지 않은 정치환경이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에 뭔가 껄끄러움이 있다는 것은 여의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참모들 간에도 상당히 불편한 관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마치 경쟁하듯이 그럴까. 결국은 당과 원내 리더십의 결여가 문제다. 친박-비박으로 갈려 험하게 다투더니 그 결과, 멀쩡한 권력까지 내준 뼈아픈 과거를 벌써 잊었는가.

탄핵 이후 완전히 무너진 보수진영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제도권 안팎에서 사분오열로 갈라진 지금의 추동력으론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친박-비박 간의 계파싸움이 진정된 반면,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세력 간의 분열과 갈등은 아직도 심각하다. 언제까지 이런 내분과 파열을 지켜봐야 하나. 자유한국당은 정신 바짝 차리고 비상한 각오로 현 시국에 임해주길 당부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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