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거짓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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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거짓과 진실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11-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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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사실이 아닌 것을 '거짓'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은 사실이 아니라 만들어 낸 가짜일 수도 있고 진실과는 거리가 먼 허위나 허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인가 거짓과 같은 사실이 아닌 것을 접하게 될 때,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짓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하고, 또 사실이 아닌 거짓이 왜 거짓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짓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을 왜곡하고 있거나 사실이라는 것을 기초로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되어 있거나 사실처럼 믿게 하는 무엇인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를 의미하는 것이고, 사실과 함께 거짓이 나타나게 되면 사실은 진실을 의미하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실과 진실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항상 사실이나 진실만을 접하게 된다면, 거짓이나 가짜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사실과 진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과 가짜가 함께 공존하고 있으니 참 사는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실과 거짓의 사이에서 진짜와 가짜의 구별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리고 그 구별을 하지 않아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면, 사실을 증명하고 거짓임을 밝혀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과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또 다른 거짓이나 허위를 접하게 되면, 우리는 사실이나 진실을 밝히고 증명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되거나 어쩌면 영영 사실이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묻혀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사실과 진실이면서도 그 사실을 밝히고 증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과 진실이면서도 아직까지 그 사실과 진실이 거짓과 가짜와 왜곡으로 인해 사실과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그렇고, 위안부에 대한 진실도 그렇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도 엄연한 사실과 진실이지만 왜곡과 거짓으로 사실과 진실이 은폐되고 거짓이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는 '선의의 거짓말'을 거짓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거짓말'로 인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선의의 거짓말'이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누구를 해치려고 하는 거짓이 아니고, 때로는 어쩔 수 없는 거짓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히 거짓이고 가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선의의 거짓말' 그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그 '선의의 거짓말'로 인해 나타나는 다른 상황들이 가짜나 거짓으로 될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어떤 사람이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된다고 하면, 그 거짓말을 한 사람은 스스로 그 거짓말을 사실이나 진실로 기정사실화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거짓'이 사실로 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는 사실과 진실보다는 거짓과 가짜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사실이고 진실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사실과 진실보다는 거짓과 가짜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거짓과 가짜가 주는 것보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진실의 왜곡'이 사실과 진실을 감추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이 마치 사실처럼 인식되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더 진실처럼 보여 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거짓과 가짜는 사실과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과 가짜가 진짜 진실과 사실인 것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흔히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고 사실은 아무리 은폐한다고 해서 감춰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이 말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진실을 밝히고 사실이 규명되기 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따르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그 진실에 감추어진 음모나 은폐, 그리고 그것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분노와 억울함은 진실이 밝혀졌다고 해서 결코 상쇄되거나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실은 언제가 밝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진실 자체로 애초부터 존재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진실이 처음부터 진실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짜와 거짓이 판을 치는 사회는 결코 건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거짓과 가짜로 인해서 진실과 사실이 감춰지고 은폐되게 두어서도 안 됩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이며, 무엇이 거짓이고 가짜인지에 대해 냉철히 판단하고 비판해야 비로소 우리 스스로가 떳떳하고, 우리 사회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혹시 진실과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진실과 사실을 밝히고 인정하고 주장함으로 해서 받을 수 있는 피해나 불편함 때문에, 그 진실과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거짓과 가짜의 목소리는 진실과 사실보다도 더 크고 더 위협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진실과 사실을 그냥 지나치거나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거짓과 가짜, 왜곡과 은폐와 같은 부정적인 것이 결코 주류가 되는 사회가 되는 것을 우리는 방치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가짜와 거짓이 만연한 불건전한 사회를 방치하고 외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목격하는 뻔한 거짓과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짜를 더 이상 그냥 방치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말 조용히 내 주변에 만연한 가짜와 거짓이 무엇이고, 진실과 사실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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