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문의 해 원년인 올해 각종 축제와 공연이 대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면서 문화도시 성장 가능성을 엿본 시기였다면, 2년 차에 해당하는 2020년에는 단발성보다는 지속성 있는 공연으로 문화적 질을 높여야 하는 발전의 시기로 봐야 한다는 이유가 뒷받침 된다.
대전에서 개최되는 공연은 규모의 차이와는 별개로 대부분 일회성 공연이다. 초연 무대가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되는 비운의 작품이 넘쳐난다.
제작비와 참가자들의 노력, 무대 세트를 생각한다면 수차례 공연을 해야 마땅하지만, 대전 문화계는 무대에 올린다는 개념만 있을 뿐 지속성에 대한 노력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계 관계자는 "지역예술인들이 자체 제작한 공연을 봤다면 대전을 문화의 불모지로 부를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과 예산, 관심도가 부족해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대전시도 상설공연을 통한 대전브랜드 제작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적으로 대전시립예술단과 상설공연으로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는 프로젝트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목표다.
31일과 11월 1일 두 차례 공연된 대전시립무용단의 첫번째 대전예술브랜드 프로젝트 '군상'은 상설공연 후보군 가운데 가장 유력하다.
황재섭 예술감독이 취임 후 맡은 기획공연으로 고암 이응노 화백의 그림 '군상'과 윤이상 작곡가의 음악을 엮어 춤으로 표현했다.
이응노 미술관이 있다는 대전만의 콘텐츠를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고, 대전시예술단 소속의 무용단이 함께해 대전 대표공연으로의 명분은 충족된다. 또 대전시의 예산 지원이 간헐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작품의 수준이나 퀄리티까지 높일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 군상을 처음 무대에 올리고 해마다 음악과 규모 면에서 꾸준히 업그레이드한다면 대전은 물론이고 타 시도에서도 탐낼 대전만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재 신채호를 그린 마당극패 우금치의 마당극 '하시하지'도 대전만의 브랜드로는 손색이 없다는 여론이다. 다만 초연이 야외공연이었다는 점과 황토 흙이 깔린 무대, 객원 단원들의 출연 등이 상설 혹은 지속가능한 공연의 난제로 꼽힌다.
문화계 관계자는 "하시하지가 상설공연이 된다면 규모를 축소하거나 계절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설공연을 위한 기반, 예산만 마련된다면 충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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