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전예당의 투란도트, 대전의 품격을 높이다

  • 문화
  • 공연/전시

[리뷰] 대전예당의 투란도트, 대전의 품격을 높이다

  • 승인 2019-10-31 17:23
  • 신문게재 2019-11-01 1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투란도트 공연장면-01
지난 23~26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는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떠나 대전예당의 자체제작 능력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입증한 중요한 공연이었다. 나아가 대전광역시 '7030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쉽사리 인지하지 못했던 대전공연문화 수준을 본격적으로 대내외에 천명한 사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지역 공연장이 대관 위주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오페라나 연극과 같은 종합예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공연장은 손꼽는다. 투란도트 이전에도 대전예당의 자체제작 작품은 다양했다. 그러나 오페라 투란도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과 실패의 경험 속에 축적된 제체제작 시스템이 견고히 자리 잡았으며, 시스템에 기초해 미래에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역량을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투란도트의 성공은 음악에 있었다. 칼라프 왕자 역 김재형의 여유있는 연기와 드라마틱한 노래에 최적화된 음악성, 투란도트 공주 역 김라희의 정교하고 힘 있는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주역 성악가들의 뛰어난 음악성이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다른 배역들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실제로 종합예술작품에서는 음악과 극, 어느 한쪽의 균형이 기울어질 수 있고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모든 부분이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비중이 작아도 인상적인 노래와 단단한 실력을 보여준 조연 성악가들은 투란도트를 생동감 있게 만든 요소였고 전체가 완전한 합을 이루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한편 푸치니 오페라에서 일체감으로 움직인 합창과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 또 다른 음악축이었다. 절제돼 있으면서도 필요한 곳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합창 능력을 보여준 지휘자 최원익과 밀도있는 음색을 끌어내 충만한 화음결로 푸치니 음악을 만들어낸 지휘자 김광현은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반면 은은함을 넘어서 지나치게 어두웠던 조명은 연기와 무대장치의 시각적 효과를 떨어트려 인간사회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한 연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 신선한 감흥을 주지 못한 무대장치와 무채색 계열의 의상 콘셉트 또한 분명한 호불호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전예당의 투란도트는 연출가 정선영이 계획한 섬세한 구도와 수준 높은 음악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대전공연예술계의 축적된 역량이 대전이라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오지희 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