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지역 공연장이 대관 위주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오페라나 연극과 같은 종합예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공연장은 손꼽는다. 투란도트 이전에도 대전예당의 자체제작 작품은 다양했다. 그러나 오페라 투란도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과 실패의 경험 속에 축적된 제체제작 시스템이 견고히 자리 잡았으며, 시스템에 기초해 미래에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역량을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투란도트의 성공은 음악에 있었다. 칼라프 왕자 역 김재형의 여유있는 연기와 드라마틱한 노래에 최적화된 음악성, 투란도트 공주 역 김라희의 정교하고 힘 있는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주역 성악가들의 뛰어난 음악성이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다른 배역들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실제로 종합예술작품에서는 음악과 극, 어느 한쪽의 균형이 기울어질 수 있고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모든 부분이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비중이 작아도 인상적인 노래와 단단한 실력을 보여준 조연 성악가들은 투란도트를 생동감 있게 만든 요소였고 전체가 완전한 합을 이루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한편 푸치니 오페라에서 일체감으로 움직인 합창과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 또 다른 음악축이었다. 절제돼 있으면서도 필요한 곳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합창 능력을 보여준 지휘자 최원익과 밀도있는 음색을 끌어내 충만한 화음결로 푸치니 음악을 만들어낸 지휘자 김광현은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반면 은은함을 넘어서 지나치게 어두웠던 조명은 연기와 무대장치의 시각적 효과를 떨어트려 인간사회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한 연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 신선한 감흥을 주지 못한 무대장치와 무채색 계열의 의상 콘셉트 또한 분명한 호불호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전예당의 투란도트는 연출가 정선영이 계획한 섬세한 구도와 수준 높은 음악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대전공연예술계의 축적된 역량이 대전이라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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